청년 백수의 신년 고백

2014.01.19 14:39:14

윤상원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허둥대다 보니 어느덧 2014년이다. 내 이름은 '아직도'이다. 아직 번듯한 직장이 없어 붙여진 이름이다. 갑오년(甲午年) 새해 나이는 서른 살. 현재 지방대 출신으로 취업 삼수생이다. 별명은 '절박해'이다. 취업에 목메는 나의 성급한 언행(言行)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요즘 유행하는 백수 관련 신조어(新造語)와 유사하다. '청백전·88만 원 세대·삼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이 구백·청년실신(청년 대부분이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취집(취업 포기하고 시집)·삼일절(31세까지 취업 못 하면 포기)·장미족(장기간 미취업자).'

처음 나는 대학 졸업하고 안정적인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했다.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건 꿈을 항상 꾸면서 말이다.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제 대기업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 시대가 됐다. 작년 대기업 입사 필기시험에 한 곳에만 10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전쟁판이었다.

나도 남들처럼 똑같이 수십 통의 입사지원서를 냈다. 한 차례의 면접 기회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취업을 위해 쓴 돈을 계산해보면 수천만 원이다. 작은 우편료도 아깝기만 하다. 몸으로 벌어 먹고살아야 할 신세다.

새벽에 자취방을 나와 밤에야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인생이 고루하게만 느껴진다. 친구 만나기가 부담 백배(百倍)다. 현재 대학 선·후배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아직도' 때문에 마음고생 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를 꽉 깨물어 보지만, 하루하루 지쳐만 간다.

조금 있으면 명절이다. 가장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백수 기간이 길어지자 "취업했니·"를 묻는 친척들이 부쩍 많아져서다. 몇 년 전에 아버지는 정년퇴직하셨다. 아직 이렇다 할만한 직장이 없다. 아들 신세와 똑같다.

대학학자금 대출 이자 연체는 또 무거운 짐이다. 아직도 연체 중이다. "안녕들 하십니까·" 선동에 열광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취업과 대출 스트레스로 몸도 마음도 늙어간다. 우울증, 소화불량, 불면증, 두통을 달고 산다. 탈모증까지 생겼다. 그 와중에 청년 탈모로 돈 버는 신종 의사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신문에 보니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가 취업 백수들을 유혹하고 있단다. 약 먹고 피 뽑는 아르바이트다. 현대판 '마루타' 인 듯싶다. 얼마 전에는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빈집에 침입해 귀금속 등을 훔친 청년 백수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한다. 안 봐도 뻔하다. 청년 백수의 남루한 형색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느 취업 전문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중소기업의 특화된 업무의 주역이 되어 달라고." 글쎄다. 너무 막연하다. 나에게는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누구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조한다. 그 전에 왜 학생들이 눈을 낮추지 않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정부 정책들이 즐비하다. 화려하기만 하다. 즉효 처방으로 보이지 않는다. 백수들은 눈칫밥 도사다. 금방 안다.

내일은 무작정 뮤지컬 보러 가야겠다. '총각네 야채가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청년 백수에서 CEO로 변신한 젊은 총각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담은 내용이란다. 뮤지컬 보고 기(氣) 좀 받아야겠다.

그리고 올해는 두 눈 똑바로 부릅뜨고, 당당히 취업해서 '아직도'의 이름을 꼭 '환골탈태(換骨奪胎)'로 개명(改名)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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