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三伏)을 담은 삼계탕

2013.07.25 15:20:59

윤상원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사)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밖에서는 '구불구불 길게 늘어선 줄'. 안에서는 '나르고…, 또 나르고'. 주방에선 '부글부글 국물이 끓는 소리'. 복날 무더위가 한창인 점심 무렵, 삼계탕 음식점의 진풍경(珍風景)이다.

초복과 중복이 지났다. 곧 말복 더위가 돌아온다. 복(伏)날은 한자로 사람이 개처럼 엎드린 모습에 '항복시키다'란 뜻을 가진다. 또 개구리도 견디기 어려워 습한 땅에 배를 붙이고 있다 하여 '엎드릴 복자'를 썼다는 유래도 있다.

삼복은 육십갑자(六十甲子)로 따져 경일(庚日)이 든 날이다. 하지(夏至) 후 셋째 경일이 초복, 넷째 경일이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이 말복이다. 경일이 복날인 이유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로 설명된다. '경(庚)'은 오행(五行)으로 '금(金)'이고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한다. 서늘한 가을의 '금(金)' 기운으로 더운 여름의 '화(火)' 기운을 제압시키는 원리이다. 연중 가장 덥다는 여름 더위를 이겨내는 날로 해석된다.

복날은 일 년 중 가장 덥고 습하다. 삼복더위가 되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 흘리는 땀으로 몸에 필요한 여러 전해질이 쉽게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보양식을 찾았다. 그래서 복날 보양식으로 보신탕과 삼계탕이 큰 인기를 끌어왔다.

최근 한 인터넷 업체가 직장인 대상으로 복날 가장 즐겨 먹는 보양식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삼계탕이 82%로 1등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보신탕 10.5%, 오리 2.5%, 추어탕 2.1%, 장어 1.1% 순이었다. 설문조사 탓인지 전체 임직원에게 삼계탕을 보내는 '삼계탕 감성경영'을 펼치는 기업도 있어 화제다.

삼계탕은 닭에 인삼, 밤, 대추, 마늘, 찹쌀 등을 채워 푹 곤 것으로 우리나라 대표 건강식이다. 삼계탕은 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입맛을 잃기 쉬울 때 먹으면 보신효과가 탁월한 한국 전통 음식이다. 삼계탕이 병 저항력에 강하다는 영국의 한 연구결과가 며칠 전 뉴스에 보도되었다. 요지는 삼계탕을 먹고 나면 콧속 섬모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코로 들어온 바이러스나 세균을 밖으로 밀쳐낸다는 것이다. 참 신비롭다. 선현들이 주장해왔던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지혜가 심오하게 다가온다.

삼계탕은 보통 4종류(재료중심)로 나뉜다. 기본형(수삼·찹쌀·대추·밤·은행·녹두·마늘·생강·황귀·무·소금), 약제형(가시오가피·느릅나무피·옻·장뇌삼·산삼 배양근·솔잎·마·6년근 수삼), 첨가형(전복·낙지·단호박·해삼), 특수형(잉어·자라·장어·오골계)이 있다. 어느 지자체는 이런 특성을 활용하여 '체질별 삼계탕'을 상품화했다. 수십 여건의 특허를 출원했거나 출원 중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 브랜드로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지자체의 노력이 돋보인다.

농촌진흥청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삼계탕 요리법을 개발했다. 삼계탕의 세계화가 최종목표다. 당연히 삼계탕 수출로 돈 벌자는 것이다. 미국인을 위한 삼계탕 '너트 삼계탕', 중국인을 위한 삼계탕 '매운 해물 삼계탕', 일본인을 위한 삼계탕 '그린 삼계탕' 등이다. 발상이 참 앞선다. 삼계탕의 변신이 아니라 앞선 사람들의 변신처럼 보인다.

중복이 지나서인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가 연속이다. 지역 경제도 매가리가 없어 보인다. 구석구석 살림살이가 빡빡하다. 이럴 때일수록 삼복더위를 삼계탕에 듬뿍 담아 한 그릇 땀나게 먹고,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모두 털어냈으면 한다. 삼계탕의 끊임없는 변신을 보듯, 지역 경제의 활기찬 변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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