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으로 시작하는 밥상머리 교육

2013.04.18 15:53:48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도대체 젓가락질을 왜 저렇게 하지· 저건 완전 방치 상태야.""음식물이 금방 떨어지겠네."얼마 전 식당에서 20세 전후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젓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인들과 나눈 대화이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젓가락은 한 치의 공간도 없이 서로 딱 붙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는 것이 아니라 끼워 먹는 수준이었다. 누가 보아도 젓가락질이 서툴고 이상했다. 불안 그 자체였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밥상머리 교육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자녀의 인성과 학업에 유익하다는 효과 때문이다. 신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예로부터 밥상머리교육은 사교육의 '꽃'이었다. 밥상머리에는 삶의 지혜가 풍성했다. 올바른 식습관과 인성함양은 저절로 이루어졌다.

밥상머리교육의 첫 출발은 젓가락질 가르치기였다. 젓가락질을 못하면 못 배웠다는 흉을 들을 정도로 엄격히 가르쳤다. 그러니 젓가락질하는 것만 보아도 어떤 가정에서 자란 아이인지 금방 판단할 수 있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어떤가. 서툰 젓가락질에다 후루룩거리며, 흘리며, 쩝쩝거리며 먹는 경우가 많다. 요리하기 손쉬운 즉석 가공식품으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발생한 문제다. 업체가 이걸 눈치채고 재빠르게 기능성 젓가락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은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특허로 엮는다. 내용이 궁금해진다. 보통의 젓가락 손잡이는 대부분 일직선 형태이나, 특허 상품은 손 모양의 약간 굽은 형태이다. 손에 무리가 덜 가며, 젓가락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어린이를 겨냥한 젓가락이다.

또 있다. 젓가락은 끝 부분이 뭉뚝하여 음식물을 집기 어렵다. 이 부분을 개선한 아이디어다. 젓가락의 앞부분을 2등분 시켜 발이 두 개 달린 포크 겸용 젓가락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젓가락은 물론 포크기능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편리함을 떠나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특허기술이 장난처럼 보인다. 아마도 젓가락의 숨겨진 힘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래 젓가락은 막대기 2개면 충분했다. 젓가락 동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듯하지만, 계속되는 뇌의 자극 과정이다. 젓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은 유아기 및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도 아주 유익하다. 젓가락질하려면 손가락 각각의 관절과 근육의 정확성과 섬세함이 요구된다.

특히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쇠젓가락은 무거우면서도 가늘다. 당연히 더 정교하고 힘 있는 손놀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쇠젓가락은 음식에 힘이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음식을 원하는 대로 찢고, 자르고, 모으는데 탁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젓가락질을 통해 김치를 찢는 것은 물론, 손으로도 집기 어려운 작은 콩도 척척 집어낸다. 깻잎 절임을 한 장씩 떼는 기술은 묘기 그 자체다. 고도의 집중력과 무게를 감지하는 예민한 손의 촉각은 달인에 가깝다.

젓가락 덕분에 우리나라는 손을 위주로 하는 경기에서 세계 최고다. 양궁, 핸드볼, 골프, 야구 등의 경기력이 이를 입증한다. 세계 기능올림픽 우승.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용접 손기술이 이루어낸 세계 일등의 조선 산업. 역시 젓가락질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이다.

마침 반가운 소식이 있다. 우리 지역 초등학교들이 어린이들에게 바른 젓가락질을 가르치기 위해 '젓가락 데이'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날 만사 제쳐놓고 교육 현장을 찾아가련다. 왜냐하면, 젓가락으로 세계를 번쩍 집어 올릴 어린이가 바로 그곳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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