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보조원 J씨가 벌인 사기수법은 속칭 '돌려막기'로 불린다.
그가 무일푼으로 건물을 세우고 투자자와 전세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명의를 대신할 '바지 사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바지 사장으로 알려진 A씨는 J씨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댓가로 4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법은 간단하다. 바지 사장을 건물주로 앉혀놓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은 뒤 나머지 건물 착공에 들어가는 금액은 투자금을 유치, 건물 등기 이전에 세입자들에게 받은 전세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8억원 가치의 원룸을 산다고 치면 최소한 3억의 실투자 금액이 필요하다. 이 액수 정도는 2금융권에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
빌라 당 가구 수는 10~12개. 원룸 전세는 3천~3천500만원, 투베이 전세는 4천500~5천만원, 투룸 전세는 8천, 주인세대는 1억에서 1억3천만원이라는 점을 감안, 융자 3억을 안고 계산하면 실제 건물의 매매가(8억)보다 훨씬 많은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전세금 피해자들은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권, 가압류 등 세입자가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은 모두 확인했다.
빌라가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를 대비해 확정일자도 꼼꼼히 확인했고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지만 큰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찜찜했던 건 건물주와 직접 계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보조원 B씨가 건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며 계약을 성사시켰고 믿음을 주기 위해 크고 작은 민원을 직접 해결해준 것으로도 확인됐다.
한 피해자는 "부동산 거래사고 시 한 중개업자가 공제에 가입한 1년 동안 발생한 모든 거래 중 총 1억원까지만 보증하는데, 사기를 입은 전세자들의 피해 금액이 3천~1억원임을 감안할 때 모든 세입자가 재산을 보호받기란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 이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