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찰에선 첫 여성 검사장이 나오고, 경찰에선 충북출신의 첫 여성 지방 경찰청장이 배출되었다. 각종 국가고시에서도 절반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수석 합격자들은 항상 여성들의 차지가 되어 남성이 수석을 해야 더 뉴스거리가 될 정도가 되었다.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자 306명 가운데 40.2%인 123명이 여성이었다. 5급 국가공무원 공개채용 시험과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도 여성합격자 비율이 각각 46%, 58.1%를 차지했다. 흔히들 공직에서 여성들의 이러한 활약을 보고 지금은 여풍의 시대란다. 대통령도 여성이고 공직에서의 여성들의 진입이 증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수 일부의 긍정적인 수치는 우리나라 대다수 여성들의 암울한 현실의 한 단면이라는데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013년 기준 50.5%로 OECD 34개 국가 중 30위로 하위권이다. 여성임금수준은 남성의 63.9% 밖에 안된다. 세계 경제 포럼이 발표한 성격차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135개국 중 107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이 긍정적 수치와 부정적 수치의 갭(gap)은 어디서부터 발생하는 것일까? 학교라는 공간에서 여학생은 남학생 못지않은 두각 나타낸다. 남학생들은 성적이 좋은 여학생들 때문에 내신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학을 기피할 정도이고 대학에서도 수석은 여학생들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그러나 그런 우수한 여학생들이 사회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이 되어 있다.
여풍의 시대라지만 여풍이 거센 분야는 공직으로 한정되어 있다. 사기업들의 사정은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여성채용을 기피해 대기업 여성취업률은 18%에 그친다. 주요기업의 신규 취업자 성비를 살펴보면 남성 합격자가 SK그룹 80%, 롯데 72.5%, 현대중공업 90.3% GS 82% 등이다. 출산·육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여성에게 취업문을 덜 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학생의 경우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이외에도 여러분야로 진출하여 있지만 여학생이 진출하여 소위 여풍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직에서의 '여풍'이라는 말은 물론 반갑지만, 우리사회 성차별과 직업에 대한 성 고정관념,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일과 가정 양립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영리하고 우수한 우리 딸들이 더 크고 넓은 세상에서 아무런 장애 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면서 문정희 시인의 가슴 아련한 시구절로 글을 맺는다.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잣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잣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잣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