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 소값 파동에 멍든 한우사육농 노기택씨

"설 맞는 기분요? 한숨만 납니다"
"제값 받도록 적정 두수 관리해야"

2012.01.19 19:50:10

한우 170마리를 키우는 축산인 노기택씨가 소들에게 볏짚을 주고있다.

"아이구,설 맞을 기분이 납니까? 18년 동안 하루도 쉬지않고 오직 소에만 매달려 청춘을 받쳐 왔는데, 요즘 소값 파동을 보면서 어찌 살아야 할지 한숨만 납니다."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에서 170여마리의 한우를 기르며 부농의 꿈을 안고 살고있는 노기택(52)씨 부부는 '설 맞이 풍경'을 취재하러 나선 기자에게 답답한 마음을 한숨으로 토로했다.

오후5시 무렵인데 연신 배고프다고 '탕탕' 여물통을 두드리는 소리에 바삐 볏짚을 소우리앞으로 나눠주며 얘기를 나누는 노씨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진다.

"지난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소 두마리를 팔았는데, 30개월동안 사료값만 350만원 들여 700㎏으로 키워 580만원을 받았어요. 파동전이면 650만원 정도 받을텐데 70만원정도 손해를 본 것이죠."

3년동안 죽어라하고 일한 댓가가 겨우 230만원이라니 허탈감만 생겼다.그렇게 손해를 보고 나니 설명절을 앞둔 대목인데도 선뜻 소를 내다팔 엄두가 나지 않아 출하를 그만뒀단다.

얼마전 육우(젖소 수송아지) 한마리에 1만원에도 안 팔려 사료를 주지 않고 굶겨죽인 농민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돼 충격과 함께 소값 파동의 도화선이 됐는데, 이에대해 노씨는 "오죽 했으면 자식같은 소를 눈앞에서 죽이겠느냐"며 그 농민이나 자신이나 심정은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3년전에 비해 사료값 등 사육비용이 40%는 증가했는데, 오히려 산지 소값은 40%가 떨어지는 현실에서 소를 길러봐야 하루하루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꼴이라 애간장이 탄다"고 하소연했다.

부인 이순자씨(50)는 "소 170마리 기르면 엄청 부자인줄 아는데, 1년365일 쉬는 날 없이 소 뒤치닥거리 하다가 돈도 못벌고 빚만 늘고 몸에 골병만 들었다"며"앞으로 개학을 앞둔 대학생인 두딸의 학비와 생활비도 빚내서 감당해야 할 판"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노씨는 허술한 정부대책을 지탄했다.

"지난해 구제역으로 상당량의 소 사육 두수가 줄었다지만 이때 일부 축산농가가 송아지 입식을 늘려 현재와 같은 적정두수를 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며"뒤늦게 30만마리의 암소를 감축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부족하고 한 50만마리 정도는 감축해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대책을 내놨다.

노씨는 또 "한·미FTA등 무역개방으로 수입소고기가 늘어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며 미래를 걱정하고는 "배운게 소키우는 일이라 당장 손을 뗄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고 생활이 불안하다"고 지금의 심정을 토해냈다.

"언론이 잘좀 써야 한다"며 음료수를 권한 노씨는 "날이 어두워 진다"며 서둘러 일을 마치기 위해 소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키워봐야 손해'라면서도 배고픈 소에게 먹이를 주기위해 손이 시린 날씨에 열심히 조사료를 던져주는 노씨 부부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왔다.

충주 / 김주철기자 kimjc@cb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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