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은 2025년부터 '경로당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어머니가 혼자 지내시면서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실까, 늘 걱정이었는데 이번 사업이 건강과 문화적 욕구까지 해소해 줄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필자의 어머니는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 3리 새밭 마을에서 봄부터 초겨울까지 머무시다가 겨울이면 인천에 있는 큰누님 댁 근처 작은 빌라에서 홀로 지내신다.
작년 겨울, 어머니가 인천으로 올라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님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기운이 없고 시름시름 앓고 계셔. 왜 그런지 모르겠어."
나는 금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시골에 계실 때 어머니는 경로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셨다.
마을 분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던 시간이 어머니의 하루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산나물 박사인 어머니는 귀농·귀촌한 분들에게 식용할 수 있는 나물과 맛있게 무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팥죽을 끓일 때는 주방장을 맡아 진두지휘하셨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그런 교류가 없다. 익숙했던 경로당의 따뜻한 공동체가 사라지자, 어머니는 몸과 마음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경로당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정서적 교류와 공동체 생활의 중심 공간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특히 단양군의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빠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경로당이 노후화되어 있고 여전히 단순한 휴식 공간에 머물러 있다.
이제 경로당은 단순한 쉼터가 아닌 어르신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허브로 변모해야 한다.
대부분 경로당은 오래된 건물이라 냉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고 출입구와 화장실이 고령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지 않아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경로당은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한 온라인 복지 서비스가 확대되는 시대지만, 많은 경로당에는 이를 지원할 디지털 인프라가 부족하다.
디지털 환경이 구축되면 어르신들은 최신 정보를 접하고 원격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혈압·혈당 체크 및 맞춤형 건강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경로당이 단순한 쉼터에서 벗어나려면 건강강좌, 취미활동, 평생교육, 실버체육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어르신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지역 청년층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세대 간 소통이 활발해지고 지역 공동체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경로당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체계적인 사업 추진과 지속적인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기업과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후원 및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경로당이 단순한 노인복지시설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로당 현대화는 단순한 시설 정비가 아니라 다가오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필수적인 복지 정책이다. 체계적인 지원과 관심이 더해진다면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제는 경로당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할 때다. 우리 부모님, 그리고 미래의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