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괴산군 연풍면은 괴산군 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이야 괴산읍에서 4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20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그전에는 굽이굽이 2차선 도로를 따라 40분이상 족히 가야하는 괴산의 오지다. 북쪽으로는 충주시 수안보면, 동남쪽으로 백두대간 이화령을 경계로 경북 문경과 맞닿아 있다.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는 소백산맥 줄기를 끼고 있는 만큼 첩첩산중이다. 때문에 연풍을 통과하는 소백준령에는 이름난 명산이 많다. 희양산, 구왕봉, 조령산, 악휘봉, 마분봉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 즐비하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거대한 암봉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이 곳의 산은 우리나라 대표적 암릉미를 자랑하는 설악능선에 버금갈 정도로 압권이다. 특히 이들 산군(山群)들의 중심인 주진리 은티마을은 예쁜 이름만큼이나 사시사철 산객(山客)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금 비약하자면 알프스의 체르마트 같은 곳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높은 산과 깊은 골은 연풍 곳곳에 많은 비경을 빚어 놓았다. 이런 연풍의 비경을 오래전에 알아차린 유명인도 있다. 학자이자 정치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동길 전 연세대교수와 친남매지간인 이화여대 김옥길 전 총장은 생전에 은퇴후 연풍면 고사리, 신선봉 자락에 거처를 마련하고 여생을 보냈다. 이 곳의 빼어난 풍광이 고향 평남 맹산마을과 흡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것이 인연이 돼 이화여대는 1985년 11월 고사리수련관을 완공해 현재까지도 학생과 교직원 수련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산준령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외부 접근이 쉽지 않았던 이 곳은 천주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말 박해를 피해 심산유곡으로 숨어들었던 천주교인들은 연풍에 둥지를 틀고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그런 과정에 순조 1년(1801) 신유교난(辛酉敎難) 때 많은 교인들이 순교했고, 이들을 기리기 위해 천주교는 1974년부터 성역화해 '연풍성지'를 조성했다. 이밖에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연풍향교는 예부터 이 곳이 선비의 고장임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고, 큰 일교차 덕분에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연풍사과는 이 곳의 대표 특산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처럼 뛰어난 풍광과 함께 많은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괴산의 보고(寶庫)지만 지리적 여건때문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연풍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물꼬는 15년전 개통된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텃다. 연풍 나들목이 생겼고, 충주 수안보를 지나 연풍을 거쳐 경북 문경으로 연결되는 국도 4차선도 개통되면서 연풍은 '내륙의 오지'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 이렇게 연풍의 진가가 시나브로 알려지는 즈음에 최근 철도역이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괴산군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철도 역 명칭이 내년 초 확정된다고 한다. 위치는 연풍면 원풍리 452로. 중부내륙철도(이천~문경) (가칭)313역 명칭에 대해 현재 국토교통부가 심의 단계라고 한다. 역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서 지난해 9월 13일 괴산군지명위원회는 313역 명칭을 '연풍역'으로 선정했다. 군은 이를 토대로 313역 명칭을 '연풍역'으로 하는 안을 국가철도공단에 제출했고, 국토부는 역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칭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연풍역은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지며 내년 12월 중부내륙철도가 완공되면 정식 문을 연다. 기차는 자동차와는 같은 교통수단이면서도 느낌이 다르다. 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으로 여겨지는 반면 기차는 낭만과 셀렘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아마도 기차만의 독특한 매력일 것이다. 어쨌튼 연풍땅을 거쳐 첩첩산중 백두대간을 지나는 기차를 생각하면 마음이 달뜬다. 연풍을 찾을 분명한 이유가 또하나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