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게임 체인저 있을까

2023.03.06 16:48:47

[충북일보] 꽃 피는 봄이다. '벚꽃 엔딩'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제목이 '지방대학 엔딩'으로 바뀐다.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하는 대학이 오버랩 된다. 불편한 속설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 대학 스스로 창의적이어야

지방대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엔 수도권 쏠림 현상에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맞물려 있다.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지방대가 부지기수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지방의 위기는 심각하다. 각종 통계 숫자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구뿐만이 아니다. 산업경제 지표, 건물의 노후도까지 어느 하나 꺾어지지 않는 게 없다. 쇠락 추이가 20년 이상 지속됐다. 추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숫자는 어떤 의도도 가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추세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다. 숫자가 보여 주는 현실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대개 긍정과 부정으로 나뉜다.

교육부는 연초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고등교육 재정확대와 규제개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상당한 고민과 노력이 들어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은 워낙 난제다. 역대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했다. 부족함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 골든타임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지방대의 소멸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다.

인구감소 규모를 고려할 때 수도권보다 지방이 먼저다. 국립대보다 사립대가 위험하다. 광역시보다 비광역시 대학의 위기가 예상된다. 국내대학 입학정원은 국·공립대 16.0%, 사립대 84.0%다. 수도권 입학정원은 약 40%, 지방은 약 60%다. 광역시 24.5%, 비광역시 36.3%로 파악된다. 대학 입학가능 인원 추계를 보면 2020~2024년은 감소기다. 2025~2031년은 유지기, 2032~2040년은 다시 감소기다.

현 정부는 유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기간을 대학구조조정의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은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주민의 삶과도 밀접하다. 특히 지방중소도시 대학의 폐교 여부는 주민의 생존과 직결된다. 생활SOC를 유지하는 중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과 대학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수의 지방대가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지자체 이관이 갖는 의미는 아주 크다. 지자체와 대학이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하라는 주문이다. 지역소멸 위기를 벗어날 기반을 구축하라는 의미다. 물론 2조여 원의 예산으로 지방대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 하지만 마중물은 될 수 있다. 충북대 등 지방대는 이제 지역 특성에 맞는 창의적 대학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컵에 물이 반쯤 차 있다. 위기일까, 기회일까.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지방대 위기, 누구의 책임일까.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당국 중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클까. 다시 묻는다. 지방대학의 위기 누구 책임인가.

*** 정원감축 로드맵 제시해야

많은 지방대가 우물쭈물하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10년 내 절반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충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처지만 보면 참담하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 미달 사태는 심각했다. 전체 추가모집 인원의 89.3%를 지방대가 차지했다. 현실이 제시하는 해법은 자율과 시장 두 가지다. 정부는 예산권의 50%를 대학과 지자체에 넘기는 중이다. 그간 보기 힘들었던 변화다.

지방대가 응답할 차례다. 결단의 시간이 왔다. 먼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분석과 통찰을 해야 한다. 지방대도 이제 시대를 읽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챗GPT로 이어지고 있다. 각자 차별화와 특성화에 나서야 한다. 백화점식 대학교육은 수명을 다했다. 내일을 바라봐야 한다. 오늘 보이지 않는 사조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위기 극복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지방대가 살아야 나라도 산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야 한다. 정원의 위기와 재정의 어려움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정원감축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소멸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20년 후 벚꽃 잎 휘날릴 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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