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와 이 시장의 갈등①

2024.08.19 17:00:59

[충북일보] 소문인지 사실인지 잘은 모른다. 다만 관계가 윤활하지 않은 건 맞는 것 같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상황이 눈에 백내장이 낀 것처럼 희미하다.

***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의 몫

김 지사와 이 시장은 선거 때부터 취임이후 쭉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둘 다 당선으로 관심을 끌었다. 오송 참사 때는 크게 달랐다. 책임회피의 주인공으로 싸늘한 눈길을 받았다. 최근엔 갈등의 대명사로 떠오른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듯 소원한 태도로 세간의 주목을 끈다.

갈등의 원인은 충북도의 '초다자녀 지원' 정책이었다.·이 정책은 충북도의 출산 정책으로 김 지사의 역점사업이다. 5자녀 이상 초다자녀 가정에 0세부터 18세까지 해마다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다.·충북도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아가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도내 시·군이 참여했다.

청주시는 참여하지 않았다. 의견이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서로 갈등을 빚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화는 좋을 게 없다. 두 사람의 관계 불화는 행정력 부실로 이어지기 쉽다. 공무원 업무 능률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의 몫이다.·부인하려 해도 할 수 없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갈등을 끝내야 한다. 다행히 화해의 물꼬는 열렸다. 서승우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이 나서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오는 21일 회동에서 갈등이 봉합됐으면 한다. 대립 현안에 대한 중재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충북행정의 핵심이다. 갈등은 피해를 낳을 뿐이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선출직 최고위 공무원이다. 주민에게 비전과 공약을 제시해 당선됐다. 지금은 그 비전과 공약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지금으로 봐선 비전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소통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그저 비난을 받아 마땅한 짓만 하고 있다.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갈등은 서로 만나 협의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문제가 있으면 사과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면 된다. 스스로 해결하면 되는 상황이다. 민선 8기도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다음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갈등과 불화가 계속돼서 좋을 게 없다. 무책임한 행정은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유권자 재선택에 재를 뿌릴 수도 있다. 광역 행정과 기초 행정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같은 것도 아주 많다. 다른 건 서로 인정하고 같은건 함께 공유하면 된다. 선출직 행정가의 가장 큰 장점이 소통이다. 행정은 정치와 다르다. 열정이나 뚝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이다. 열정과 뚝심 사이에 소통을 집어넣으면 된다.

*** 지금은 '내 탓이오' 외칠 때

충북이 이렇게 꼬인 적이 있는가 싶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질지 시험하는 만용의 게임 같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출구 없는 내전을 계속해선 안 된다.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자리의 무거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 때마다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오."라고 고백기도를 바친다.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늘 분명하다.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힘보다 욕구하는 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나를 낮추면 된다. 그래야 정치의 힘이 넓고 깊게 스민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지금 바로 '내 탓이오'라고 외쳐야 한다. 그 순간 돌아선 민심이 돌아온다. 변화는 힘들고 낯설 때 찾아온다. 인생은 오직 뒤를 돌아봐야 안다. 정치도, 행정도 마찬가지다. 백년대계라 쓰고, 백년하청으로 읽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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