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둥근 달

2019.09.09 17:53:43

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며칠 후면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이다.

 선물꾸러미 한아름 안고 찾아온 고향에서 온 가족이 모처럼 함께 모여 떠오르는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그동안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며 즐거워한다. 추석에 뜨는 달은 다른 여느 때의 달 보다 둥글고 크게 보인다.

 중국의 시선 이태백이 달을 너무 사랑하여 호수에 빠진 달을 건지려다 익사한 것도 추석인 팔월 보름달이 아니었을까? 둥글고 큰 보름달. 우리에게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고 달나라에는 금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을 만큼 풍요의 대상이며 연인들이 달과 별을 따다주겠다며 사랑을 맹세하기도 했다.

 어느 시인이 달빛 아래서 친구와 술을 마셨다. 술 취한 시인은 달이 몇 개냐고 물었다. 친구는 다섯 개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달은 분명 하나인데 어찌 다섯 개씩이나 될까? 의아할 수밖에… 친구는 달이 다섯 개인 이유를 첫 번째 달은 하늘의 달이요 두세 번째 달은 술잔 호수에 비친 달이며 네 번째 달은 그대 눈동자에 비친 달이고 다섯 번째 달은 마음의 달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가위 둥근 달이 떠오르면 달은 가난한 자에게도 부자에게도 공평하게 떠오른다. 청와대 국회 대법원이 있는 서울에도 뜨고 우리가 사는 충북에도 뜨고 제주도 독도에도 뜬다. 물리적인 달이야 모두에게 똑같아 보이겠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선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달덩이 같이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달이 새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믿을 것이며 실직자가 보는 달은 왠지 처량하고 원망스럽게 보일 것이다. 노숙자가 보는 달은 자신의 구겨진 모습을 보는 것처럼 반갑지 않을 것이 뻔하다.

 이전투구를 벌이는 어지러운 세상은 한가위의 낭만조차 앗아갔다. 백결 선생이라도 계셨으면 초빙하여 방아타령이라도 연주하련만 우리들 마음속에서 그 같은 여유와 낭만이 사라졌으니 아무리 좋은 연주를 한들 감흥이 솟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 해도 마음의 달은 잃지 말아야 한다.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 속 구석에 남은 작은 정성마저 버린다면 무슨 희망으로 살아갈 것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최선은 국가든 개인이든 잘 살아보자는 것 아닌가! 한가위 보름달 아래 빨간 옷 입은 사람이든 파란 옷 입은 사람이든 하얀 옷 입은 사람이든 색동옷 입은 사람이든 서로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마음껏 목청 터져라 불러보자.

 그 속에서 모든 이념과 사상이 극복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우리 민족이 유달리 둥근 달을 숭배하고 좋아한 까닭은 우리의 생활문화가 직선이 아닌 곡선의 미학 속에서 태동하였기 때문이다. 초가지붕도 둥글고 그 위에 열려있는 박도 둥글고 님의 얼굴도 둥글고 그릇도 둥글고 여러 가지 열매도 둥글고 곡식도 둥근 모습이다.

 이런 곡선문화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터에 사람의 마음도 둥글게 형성되어 마을마다 두레문화가 생기고 이웃 사랑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었는데 경기불황과 서로 다른 정치논리 때문에 둥글었던 마음이 차츰 각이 지고 있다.

 사람의 마음에 대립각이 서면 서로를 반목하고 싸움이 잦아지기 마련인데 요즘의 우리 현실이 그렇다. 아무리 생존경쟁이 심화되고 삶 현실이 어려워도 이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지혜와 중지를 모아 둥근 우리의 원래 마음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텐데 안타깝다.

 우리 인간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둥글 달 같은 원융(圓融)철학에서 기인한다. 원융이란 말 뜻 그래도 둥글게 융합한다는 뜻이다. 태양과 지구 달 모두 둥글지 않은가? 올 한가위에 떠오를 보름달을 보면서 마음속에 각이 다시 둥글게 만들어지도록 다 같이 기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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