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지키자

2018.07.30 17:35:01

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산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하는 천혜의 보고다.

물, 공기와 갖가지 자원을 공급해 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새옷을 갈아입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건강과 안위를 준다. 풍수해를 막아 주고 안정적인 생태환경을 유지해 준다.

이렇듯 평생 받아온 수혜도 넘치는데 죽어서까지 영면할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그런 산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늘어나는 등산객과 난개발 때문이다.

우리세대가 어릴 적, 우리 산은 황폐할 대로 황폐했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땔감으로 마구 베어냈기 때문이다.

또 궁핍한 살림살이는 나무 한 짐이라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산을 황폐화 시키는데 앞장설 수 밖에 없었다. 황폐화된 산을 가꾸어 보겠다고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연료를 석탄이나 석유로 대체해 나가면서 대대적인 치산녹화사업을 펼쳐 민둥산이 차츰 옷을 입게 되면서 부터다.

나무를 심고 가꾼지 50여 년, 이젠 세계가 인정하는 울창한 산림을 이뤘고 일부는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원시림을 이룬 곳도 있다. 이처럼 산이 울창해지고 제 기능을 하게 되자 산업화에 따라 늘어난 각종 공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고 있다.

온갖 동물들이 서식처를 되찾아 생태계가 회복되고 풍부한 임산자원을 공급해 준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지친 피로를 산을 찾아 풀고 물을 정화시켜주며 홍수를 막아준다.

건강식품과 약초까지 공급해 준다. 그런 산이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 팔, 다리가 잘려 나가고 허리가 끈긴다. 살갗을 벌겋게 드러내고 각종 병충해로 나무가 죽어간다. 늘어난 등산객으로 생태계까지 수난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 산림정책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심이 간다.

또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로개설을 하는 현장에 가보면 산림을 보호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약간 곡선을 이뤄 도로를 개설해도 될텐데 편리성만을 앞세워 직선도로를 내기 위해 산허리를 잘라 관통시킨다.

몇 백 년 된 노송들이 잘려나가고 절개지엔 외래 수종의 식물들이 심어진다. 산업시설과 주택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산이 깎여 제 모습을 잃어가고 산림 가꾸기 사업을 한다면서 오히려 산림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높은산 정상마다 설치한 통신설비는 미관를 해치는 것은 물론, 진입로 개설로 많은 산림을 훼손시켰다. 임도개설도 문제다. 특성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적위주 공사를 하다 보니 개설된 임도는 매년 패여 나가면서 산림이 파괴되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임도는 오히려 산림을 망친다.

일부 국립공원이나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도·군립공원은 훼손을 막기 위해 나무나 돌계단을 만들고 수로를 개설했지만 대부분의 등산로는 방치되어 훼손이 심각하다.

일부 심한 곳은 늘어나는 등산객으로 등산로가 도로처럼 넓혀졌고 방치된 등산로는 수로가 되어 새로운 골짜기가 생긴다. 그야말로 산의 수난시대다. 환경 파괴는 재난을 가져온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일진데 사람들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

최근 들어 발생하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현장을 보면 산을 훼손한 것이 주원인 것이 많고, 짧은 시간에 많은 피해를 가져온다. 우리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 특히 산을 많이 파괴했기 때문에 오는 재앙이다.

공자께서는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요 지자(智者)는 요수(樂水)라 했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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