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했던 조선 중종때 학자 김정국은 조석 밥상에 세가지 이상의 반찬을 놓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그는 다섯가지 찬으로 밥을 먹는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두가지는 반드시 시장할 때 밥을 찾아 먹었으니 그 것이 한찬이요, 반드시 밥을 덥게해서 먹으니 따뜻함이 한 찬이라고 했다. 밥을 따뜻하게 먹는다는데 우리나라처럼 가치를 부여하는 민족은 없다. 칠거지악이 아니라 팔거지악도 있었는 데 시부모에게 찬밥, 찬 국을 드리면 소박맞을 조건이 되었을 정도다.
냉식문화권에 있어서 열(熱)은 음식을 익히는 수단이지만 우리나라 같은 난식문화권에서는 익히고 따뜻함을 유지시키는 부가가치를 더 지니고 있다.
따라서 난식 문화권인 우리나라의 음식은 열을 유지하는 데에 발달했다.
‘외화 억제’한국적인 정서 함께 담은 질그릇
◇보온의 문화
보열 보온문화의 걸작품이 질그릇이다. 열전도율이 낮은 흙을 소재로 하고 있어 쉽게 끓지도 않고 쉽게 식지도 않는다. 또 무겁지 않으면서 보온과 보열효과를 보장하고 있다.
‘사람은 뚝배기 처럼 밑 된장 맛 같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양은냄비처럼 불기운에 닿기만 하면 체신머리없이 끓고 불기운만 없으면 언제 끓엇냐는 듯 식어버리는 약팍하고 표변하지 않는 인간상을 빗대고 있다.
이처럼 그릇은 한국 음식의 동일성과 인간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다.
조상들은 불꽃이 요염하면 시앗불, 강약이 고르지 못하면 시어밋불, 잿불처럼 불은 없고 미지근하면 할아비불이라고 했다.
그릇은 불의 열기를 축열해 두었다가 요리가 필요로 하는 열량을 적량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또 이같은 질그릇은 색감이나 질감에 있어 외화를 억제하고 있는 점에 서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적절하게 맞는다.
겸허함과 근신함, 인내심 같은 덕과 그 덕 안에서 오는 인간미가 있다.
질그릇은 음식을 담는 용기만이 아니라 한국적인 정신과 미를 담는 용기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죽·국·나물 등 모든 분야에 채소 애용
◇다양한 식재료
충북지방의 식재료는 채소와 버섯, 종실류가 대부분이고 제주는 바다의 영향을 받아 해조류와 어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채소는 재배채소를 포함해 산나물과 들나물 등과 밥, 죽, 떡, 국, 찌개, 나물, 쌈, 찜, 생채, 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채소가 사용되고 있다. 산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들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섬유질 항산화 작용을 지닌 성분도 풍부하다. 채소류의 전통적인 조리방법은 번거롭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채소는 주식에 곁들여 먹는 부식으로 지금도 우리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채소에 새로운 채소들이 유입 재배 되면서 조리법도 개발되고 다양하게 이용되면서 무기질과 비타민의 공급뿐만 아니라 독특한 텍스쳐와 색 및 향미로 음식의 3차원적인 기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김치.
장·젓갈·김치 등 ‘삭혀먹는 음식’ 즐겨
◇발효미역
맛을 감지하는 미역(味域)이 따로따로 있는데, 그 나라 민족이 매운 음식을 주로 먹어 내려왔으면 매운맛을 감지하는 미역이 발달하고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으면 매운 맛을 감지하는 미역이 퇴화한다.
한국인의 미각은 유전질로써 딴 민족과 비교할 수 없이 발달한 미역이 있는데 그것이 발효 미역이다.
우리민족이 발효미역이 발달한 이유는 수천년 동안 우리조상들이 먹어온 음식의 주종이 발효음식 즉, 삭혀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음식 문화의 쌍벽을 이루어 온 것은 간장, 된장, 고추장, 집장, 쪽장, 담뿍장, 막장 등 장류와 각종 김치류다.
또 새우젓, 조개젖 등 젓갈류와 장아찌류도 삭으로 먹는 발효음식이다. 지금 김치는 세계적인 음식이 돼 가고 있다.
지리적 영향 산채나물 주로 이용
◇ 내륙의 음식
충북의 음식은 내륙의 음식으로 대별된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충북은 내륙지방의 음식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으나 지리적인 여건이 산
악지대인 관계로 산채나물을 이용한 음식들이 발달돼 있다.
제천의 산채나물을 이용한 각종 산채류와 속리산의 산채 비빔밥 등은 아직도 충북이 음식에서는 내륙지방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각종 잡곡 등은 산악지방에서 생산되는 주요 곡물로 인정받으면서 지금은 웰빙 식단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불고기도 해양음식과 대별되는 가장 큰 음식중 하나다.
쇠고기가 한국인에게 소중한 이유는 소에 대한 인간적 대우를 들수 있다. 소를 부를때 가족에 버금가는 말인‘생구(生口)’라고 불렀다. 소중하고 격이 높으며 길흉화복을 좌우할 신명에게 희생하는 짐승이었기 때문인지 소고기를 주로먹고 살아온 서양사람보다 몇 배 부이별로 쇠고기를 섬세하게 가르고 나눠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또한 한 솥에 쇠고기국을 끓여온 식구와 마을, 지나가는 길손까지 나눠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 온 것은 우리 한국인의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구려 시대의 불고기인 맥(貊)이 조선시대에는 멱(覓)이라는 이름으로 계승돼 왔다. 눈이 내리는 날 밤에 구워먹는 낭만적인 불고기 파티를 설야멱(雪夜覓)이라고 불렀다.
이 설야멱의 요리는 숯불을 싸게 피우고 그 위에 재를 얇게 덮은 다음 살코기를 석쇠에 얹은 후 지글거리기 시작하면 반숙된 채 들어내어 찬물에 담그기를 세 번하고 다시 굽기를 세 번했다.
거기에 소금과 간장 기름 술 식초 파 마늘 후추를 넣은 양념을 칠해 다시 구워먹었다.
고려시대부터 말고기 요리 발달
◇해양 음식
내륙인 충북은 산채류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나 섬인 제주지역은 바다에서 손쉽게 구 할 수 있는 재료가 주로 음식에 사용됐다.
회와 생선구이, 한라산에서 자라던 말을 이용한 말고기가 특산물로 애용되고 있다.
말고기는 고려시대인 1227년 몽고용 전투용 말을 제주에서 대량 사육하게 되면서 먹기 시작했다.
이는 고려시대에도 말 금도살령이 내려질 정도로 말고기의 식용이 유행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쇠고기의 육포가 귀했기에 말고기 육포는 사슴고기 육포와 함께 높이 평가돼 왔다.
말고기 육포는 뛰어난 맛으로 조정에 바치는 진상품이 되었고, 점차 말고기 육포의 진상과 수탈이 심해지자 1401년 조선조의 조정에서는 말고기 육포의 진상을 중지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유일의 말고기 산지로 수세기에 거쳐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마를 사육해 왔으며 역사적으로는 국내에서 필요한 마필을 제주도에서 생산 공급한 사육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마필이 제주도의 기간산업이 되었던 이유는 1차적으로 지리적, 기후적인 여건이 말의 번식과 사육에 적합한 한편 2차적으로는 마필의 수요가 증대되고 이에 따른 마필의 경제적 가치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말고기는 일반적으로 조직 내 글리코겐 함량이 쇠고기의10mg/g 이하 보다 훨씬 높은 22mg/g을 함유하고 있어서 완전한 근육경직(rigor) 후 말고기 근육은 pH가 더 낮게 되고 잔여 글리코겐 및 glucose 함량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말고기도 꿩고기와 마찬가지로 간과 지라 허파 콩팥 등골 머릿골 사시미 검은지름(막창) 내장(소창, 대창, 위) 혀 등으로 요리한 말두부소박이와 육회 말만두 떡갈비 또는 갈비찜 소금구이 또는 불고기 곰탕 등이 주요리다.
/ 기획취재팀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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