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권리와 행복

2016.06.12 15:38:09

원광희

충북연구원 북부분원장 · 도시및지역계획학박사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돈이 많아 쇼핑을 원 없이 할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저 돈은 없어도 가족들이 건강하고 화목해도 행복할 것이고, 이에 더해 자식들이 속 석이지 않고 공부도 잘한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갑자기 '왠 일로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걸까. 얼마 전 휴일에 군에 있는 친구의 초대를 받아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카운터에서 동행한 일행에게 기본으로 군인과 함께할 경우 할인이 되고, 세종시민은 추가로 더 할인을 해 준단다. "왜 청주시민은 할인을 안 해 줄까요?" 하고 물으니 권역상 청주시민은 해당되지 않는단다. 별일 아닌 것 같았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비단 가까운 계룡시에서 만의 경험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청주시민이 받아야 할 아니 누려야 할 많은 혜택을 못 받는 걸까, 아니면 당연히 청주가 아니기 때문에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생각이 깊어진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와 유사한 사례가 더 있었다. 얼마 전 제천에 있는 유명한 리조트에 물놀이 시설이 좋다고 하여 어머님을 모시고 간적이 있었다. 요금을 보니 만만찮은 금액이었다, 내가 놀란 것은 금액이 아니라 제천시민의 범위였다. 제천시민은 여주, 이천, 원주, 충주, 영월, 단양, 영주 등 중부내륙권을 넘어 수도권의 2개 시까지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할인 금액도 30%나 되는 꽤 큰 금액이었는데 여기에도 청주는 빠져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1990년대 초 연구원 초창기 시절 업무로 수안보를 자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도민들은 할인을 해 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제는 수안보도 청주 시민은 충주시민의 범주에 벗어나 있다고 한다. 참 슬픈 일이다.

청주는 가족단위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조차도 이용할 수 있는 관광지나, 놀이시설 등이 없어 불만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필자 또한 그렇게 느껴 왔다. 그런데 여기에 더 보태 청주시민들이 도외는 차지하고라도 도내 관광시설 조차 타 시군 사람들 보다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면 행복하지 않은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청주종합운동장과 예술을 전당이 자리 잡고 있는 청주의 중심지이다. 흔히 묻지마 관광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주차장이라 불러도 진배없는 장소로 전락하였다. 우리와 같은 장소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운영하는 사례는 다양한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까운 원주에서는 종합운동장 주위에 주차장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즐길 수 있는 익스트림시설, 어린이들의 놀이터, 운동을 좋아하는 아버지들을 위한 족구장, 활기찬 음악이 흐르는 종합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은 어르신들의 런링장으로 개방하여 주말이면 원주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하는 흥겨운 장소로 변모한다. 이에 더해 동부농구단 게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이 공간은 원주시민의 축제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원주시민은 참 행복해 보인다.

몇 년전 안식년 기간에 방문한 시카고의 밀레니엄파크는 부족한 주차시설로 인해 차 세울 곳조차 없어 애를 태운 적이 있었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 내 앞에 있던 많은 차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알고 보니 파크 지하에 4~5층까지 주차장으로 조성하여 지상의 부족한 여가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청주종합운동장 주위는 사직동과 사창동이 고저차로 인해 지하를 주차장으로 활용한다면 지상 공간은 시민들에게 더 없이 여유공간으로 돌려 줄 수 있는 유익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B농구단 게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축제의 공간으로 부활하지 않을까 질문을 던져 본다.

행복이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행복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 청주인구의 1/3 정도 지나지 않은 많은 도시에서 운영하는 투어버스 운영사례도 청주시민의 입장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사례이다. 신수도권의 중심 청주, 녹색그린 300만의 중심도시 청주, 구호로만 될 일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행복할 때 달성가능한 일이며, 그래야 더욱 값어치가 클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3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