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우는 우연한 사건들

2016.03.03 14:47:23

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꿈이란 ○○○가 되겠다가 아니라, ○○○한 ○○○가 되겠다는 것이다." 윤 작가에게 대입한다면, 꿈이란 '만화가'라는 직업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만화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꿈이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태도로 꿈을 성취해나가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

결국 꿈에 대한 윤태호 작가의 정의를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직업을 얻는 것보다는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진로상담에서는 '우연적 사건'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우연(偶然)이란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로서, 의도나 계획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쓰는 말이다. 과거와 비교해서 사회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며 기존의 지식과 상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들도 점차 늘어나는데, 직업 역시 그중 하나다. 우연이론은 누구나 진로를 선택할 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건을 겪으며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 우연, 즉 기회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학자 크롬볼츠(Krumboltz)는 우연한 사건을 대하는 다섯 가지 태도를 나열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고르게 하는 것보다도, 살며 경험하는 무수한 우연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성과 그에 맞는 직업 선택은 자기 한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우연과의 만남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다섯 가지 태도는 호기심, 융통성, 인내심, 낙관적 태도, 위험감수 행동이다. 호기심은 단순히 어떤 지식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아이들이 행동하도록 동기와 열정을 만들고 타인을 이해하는 배려의 밑거름이 된다. 자기 욕구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건강한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들은 진로를 선택할 때, 자신이 만족하는 일들을 찾고 의미를 발견하며 함께 하는 관계 안에서의 보람을 추구한다.

융통성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자기 태도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스트레스 상황이나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해왔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은 이 융통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내심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의 순간적인 욕구를 뒤로 미루고, 더 큰 목표나 결과를 바라보며 하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다. 인내심은 정서조절 능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도 감정을 조절하고 기존에 하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은 삶의 곳곳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낙관적 태도는 곧 긍정성이다. 삶의 모든 경험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낙관적인 사람은 긍정적인 측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마지막인 위험감수 행동은 타고난 사람의 기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 중 하나다. 결과를 100% 확신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 실패를 감수하고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길을 선택할 것인지 판단하게 되는데, 이는 선천적인 자극 추구 성향과도 관련성이 높다.

우연한 사건들을 대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클롬볼츠의 이론은 우리 사회에서 강조하는 인성교육과 여러 면에서 맞닿아 있다. 아이들에게 결과를 얻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결과를 향해 도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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