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앓는 마음의 병 '신체화장애'

2016.04.14 15:31:01

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상담을 하다 보면 만성적인 위염, 소화불량, 두통, 통증 등 몸이 아픈데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내담자들은 상담을 하는 도중에도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급성 위염이나 통증 등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의 의사나 가족들의 권유로 상담에 오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을 심리학에서는 신체화장애(somatization disorder)라고 한다.

신체화 장애는 초기 아동기나 청소년기 때 시작하는 경향이 있고 입시나 취업 등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시기 실제 병원을 오가야 하는 증상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신체화 문제로 상담을 받는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신체적 문제의 기저에 심리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적 문제가 감정표현의 차단 등 심리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는 억압되어 있는 감정을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신체적 통로를 통해 표현하는 것인 신체화 증상이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신체화 기저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 방식이나 가족의 문화가 밀접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불편한 감정을 표현할 때 감정을 거울처럼 반영하거나 아이의 입장에서 그 감정을 공감해 주고자 한다. 그러나 신체화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반영이나 공감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무시당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부모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며, 오히려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성숙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부모도 있다. 때로는 가족의 문화 자체가 감정적인 표현이 지극히 억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신체적 증상들로 표현하게 된다.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식의 간접적인 표현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받고자 하는 것이다. 신체화 증상이 주요한 소통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는 경우는 아이들이 신체적 증상이나 문제를 표현했을 때만 부모의 관심과 걱정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신체화는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많은 심리적인 증상들이 그렇듯 신체화에도 관심과 애정이라는 이차적인 이득(secondary gain)이 따른다.

신체화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담전문가, 내담자, 그리고 가족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상담전문가와의 신뢰로운 관계 속에서 심리적 갈등과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이러한 경험이 내담자의 마음속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더불어, 자신의 감정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고 해소 하는 상황이 안전하게 느껴질 필요가 있다. 가족 역시 내담자가 호소하는 신체적 질병 기저에 깔린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감정표현을 지지하되 신체적 증상들을 통해 내담자가 가족의 관심과 허용이라는 이차적 이득을 경험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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