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2016.01.21 14:23:34

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2016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다. 붉은 원숭이는 지혜롭고 재주가 많으며 모성애가 깊다고 알려진 동물이다. 무리 지어 사는 붉은 원숭이들은 새끼를 품에 안고 기르며, 인간 못지않게 자식에 대한 애정이 많다고 한다.

모성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조건 없는 희생을 떠올리게 된다. 급속한 발전을 이뤄온 우리나라에서 돋보이는 것은 남성 노동자들의 역할이었지만, 사실 그 남성들을 뒷받침한 여성의 돌봄 노동은 안정적인 사회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 사회의 엄마가 된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래서 결혼, 출산, 육아에 있어서 요구받는 전통적 역할과 자신의 가치가 많은 충돌을 하게 된다. 사회적 역할과 동시에 가정에서의 역할을 함께 잘해야 하기 때문에, '슈퍼우먼 콤플렉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가지만으로도 벅찬 두 가지 일을 모두 감당하면서, 엄마들은 체력적 한계와 만성피로만이 아니라, 죄책감과 미안함이라는 감정까지 감당해내야 한다. 가정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단절된 경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죄책감과 미안함이다. 그것은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모성애에 대한 이상적인 가치 때문이다.

얼마 전 방영된 다큐멘터리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여성들에게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고 여성들의 성취를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깊게 뿌리내린 모성애적 가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아빠가 유치원에 데리러 오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의 속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 엄마라고 말하고 싶지만"이라는 말풍선을 달아 놓은 장면이 나온다. 또한 주말에 육아를 맡아 하는 남편을 두고 '독박육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표현들은 육아와 가정을 돌보는 일이 엄마의 역할이라는 전제 위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여성 스스로 사회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모성애적 가치를 내재화(internalization)하게 된다. 일하는 다른 여성들을 보거나 스스로를 평가할 때조차, 사회가 규정해 놓은 모성애적 가치를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현대 여성들이 죄책감과 미안함에 근거한 우울증, 부정적인 자아상과 회의적인 사고, 성취에 대한 갈망,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여성 스스로가 아닌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 키워드는 '유연성'이다. 여성들의 생애발달단계를 이해하고, 그 단계에 따라 여성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조력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시간과 장소, 노동시간, 육아의 주체 등을 유연하게 고려하고 실천하려는 경영자의 의지와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사회에서는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모성애적 가치가 현대 사회에 적합한 것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여성들은 환경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가치에 따라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일과 가정을 선택하거나 양립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