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이제 국가적 문제

2016.02.18 13:34:22

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연일 부모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인한 아이들의 죽음이 보도되고 있다. 장기결석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로 인해 드러나는 사건들의 전말은 가정폭력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가 아닌 보이지 않게 가려져 있던 문제임을 보여준다.

2008~2014년 학대로 사망한 112명 가정환경을 보면 절반에 가까운 가정에서 장기적인 가정불화가 있어 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는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다면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가정폭력에 노출된 가정들이 폐쇄성과 고립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상담을 하면서 만난 내담자들 역시 단·장기적으로 가정폭력에 노출된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폭력,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을 막는 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 등 우리 사회 평범해 보이는 가정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많은 아이들이 성장해서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분노나 억울함 등을 자신이 가장 익숙한 혹은 자신 있는 방식으로 표출하게 된다. 가해자에 대한 폭력, 상황을 지켜보던 주변인 등에 원망과 폭력, 결혼 후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자신보다 약한 타자에 대한 폭력, 자신의 부적절함으로의 원인 귀인과 병리적인 문제, 사회적 회피 등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폭력을 행한 아버지가 했던 말 중 "나도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라는 말이 이러한 심리적 연쇄 고리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과거의 학대에 노출된 어린 그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위로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자녀에게 같은 방식의 폭력을 행한 지금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교육을 1년에 1시간 이상 의무교육을 실시를 권장하고 있지만 교육에 임하는 대상들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가정폭력 문제를 "사회의 음지"에서 "문제가 있는 개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극히 드문 일"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가정폭력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필자도 가정폭력 교육을 의무교육을 지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그러한 의문을 품었던 것 자체가 부끄러워졌다.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은 폭력을 행하는 가해자, 폭력에 노출되는 피해자, 그 주변에 있는 주변인 모두를 위한 교육이 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결과 중 하나가 폭력장면에 함께 있는 주변인들이 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들은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성인들이기 때문에 가해자를 교육과 상담을 통해서 단기간에 변화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피해자에게 가해자에게 대항하거나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리·물리적 힘을 가지게 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며 그 시간 동안 그들은 같은 폭력에 몇 번이고 노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과 같이 가정폭력도 가정의 주변에 있는 주변인들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라도 가정폭력 문제를 접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누구나 막연하고 자신 없는 문제를 직면할 때 해결하기 보다는 덮거나 피하고 싶은 충동과 갈등을 느끼기 마련이다. 지금부터라도 가정폭력의 문제점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안내와 예방적 개입 및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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