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기

2016.05.26 14:19:22

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사는 게 늘 그렇듯 기쁘고 감사한 일이 있으면, 슬프고 화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도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한 사람을 보더라도 좋은 면이 있으면, 고쳤으면 하는 나쁜 면이 있기 나름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부모를 통해 사람이 가진 좋은 면과 나쁜 면들을 수용하고, 통합하게 된다. 그러면서 '저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사람'으로 타인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 안에 존재하는 두 가지 이면을 수용하게 된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보면 타인 혹은 자신을 '한 없이 좋은' 혹은 '어떤 노력을 해도 나쁜' 사람으로만 개념화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적 왜곡이 생기기 시작하면 살면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을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끼워 맞춰진다. 왜곡된 생각하는 습관이 시간이 지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뿌리처럼 자신을 지탱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담에서 이러한 뿌리를 건드리면 마치 자신의 전부를 부정하는 것처럼 강한 불안과 방어 행동들이 이어진다.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의 뿌리를 형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것에 대해 의심을 가질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진실'이 되어버린다. 처음 만나는 과 동기가 나한테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건네도, 개인적인 얘기를 물어봐도, 연락을 자주하며 일상을 나누어도 그 안에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낮게 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무시 받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자신의 믿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근거들을 수집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모두 개인화(Personalization)해서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럴 듯한 근거가 있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작은 일상적인 일도 모두 다 자신을 향한 무시, 배척으로 느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사람이 웃으면서 자신을 쳐다보면, 상대방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자신을 무시하고 낮게 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해석한다. 많은 경우 다른 사람들이 행동은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도 작은 단서를 왜곡된 방식으로 끊임없이 정당화 시키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적절히 충족시킬 줄 아는 사람들은 건강한 성격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열등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projection)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적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아주 작은 나약함도 감싸주지 않는 것은 타인이 아니고 '자신'인 것이다.

이러한 열등감과 왜곡된 인지가 끊임없이 맞물려 공고해지기까지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를 자각하고 의도적으로 고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이 부정적인 영향이 자신에게서 끝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제어하기 힘든 공격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편 가르기 식의 대처보다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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