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로 임플란트한 견공(犬公)들의 낙원

2015.12.07 13:40:42

이상주

오늘 수동선사(首·仙士)는 괴산 '연하구곡'으로 선도수련을 가는 날이다. 그는 모래재를 넘어 '군자구곡길'로 접어들었다. 잠시 후 도촌마을 개울가에 도착했다. 동남쪽에 '매죽정'이 보인다. 이 정자는 한국 최초의 육아일기 '양아록'의 저자 이문건의 후손 이해종이 처음 세웠다. 낙화암을 무색케한다는 정자다. 용두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며 정자 아래 녹수가 흐르고 있다. 어제 밤늦게까지 집필을 해서 그런지 갑자기 졸음이 온다. 매죽정에 올라 쉬었다 가기로 했다. 정자 마루바닥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노라니 눈앞에 복숭아꽃이 만발한 마을이 전개된다. 그곳에 많은 개들이 놀고 있다. 그런데 이곳의 개들은 입을 자주 벌려 이빨을 보이려고 애를 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서 입안을 살펴보니 금속으로 이빨을 해 박았다. 영어로 임플란트를 했다. 표면을 보니 무슨 글자가 새겨진 듯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활자다. 마을 사람들이 '증도가자'란다. 이 마을엔 '증도가자'가 너무 흔해서 개이빨을 해박는 데나 쓴다고 한다. 동네벽보판엔 인간세상 언론기사내용들을 대문짝만하게 붙여놓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개에 대한 3차원(3D) CT 및 성분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고려시대 전통적 방식의 주물기법에 의해 제작된 활자가 아니고,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재정학예연구관이 11월 14일 한국서지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에 대한 문제제기'도 증도가자 성분 분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法(법)'자 파괴분석에서 검출된 Tc(테크네튬)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20세기 들어 인공적으로 만든 원소라는 것이다. 그는 ' Tc이 나온 것은 증도가자가 위조됐거나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선(善)'자와 '명(明)'자 두 글자만 대조해보아도 '증도가자'는 서체가 같지 않다는 것을 명증할 수 있다. 번각본 선(善)은 양(羊) 위의 획이 'V'와 비슷하다. 증도가자라고 주장하는 활자는 '八' 모양이다. 새길 때 조금 더 깎아낼 수는 있어도 'V'가 '八'이 될 수는 없다. 명(明)의 왼쪽 날일(日)의 고자(古字)는 (·)이다. 번각본에는 □안의 '·'획이 곡선이다. 증도가자라는 활자엔 직각 즉 '┘└'과 같은 모양이다. 학계 최초 반론을 2010년 9월 7일 화요일 충청일보에 실었다. 10월 4일 월요일, 11월 1일 월요일, 11월 29일 월요일 등 4회 반론을 제기했다. 이 글들은 대한인쇄문화협회의 요청으로 '증도가자에 대한 서법적·각자기법적 부정'이라는 제목으로 '프린팅코리아' 2011년 1월호에 게재됐다.

증도가자를 한 개 빼려고 개아가리를 벌리려고 가까이 가자 개새끼가 악을 쓰며 짖어댄다. 다른 개새끼들이 몰려와 짖어대며 물려고 대든다. 깜짝 놀라 피하려고 하다 넘어지고 말았다. '악' 하고 소리를 지르다 깨어났다. 꿈이었다. 와정지일몽(臥亭之一夢), 견유지활자(犬有之活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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