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깃든 심리최면학의 효과

2014.03.25 14:21:02

이상주

중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선인들의 이름은 인생지표의 축약판이다. 의지를 공고히하여 그 지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름 자체에 평생동안 최면을 걸어놓았다. 이를 명심하고 자강불식한 사람들은 명실상부하게 그 목표를 달성했다. "논어"의 정명론(正名論) 즉 '이름값 제대로 하기'의 지행합일이다. '안연(顔淵)'에 공자가 정치에 대해 말하기를 "군군(君君) … 자자(子子)" 즉 '임금은 임금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한다'라고 했다. 또 "대학"의 '성어중(誠於中), 형어외(形於外)' 즉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겉으로 드러난다'의 구현이다.

선인들은 이름을 지을 때, 중국 저명인물이나 경전에 나오는 명구를 차용했다. 신라와 고려시대 인물을 살펴보자. 김후직(金后稷)은 순임금의 신하 후직(后稷), 김춘추(金春秋)는 춘추좌전(春秋左傳)에서, 김유신(金庾信)은 유명한 문인 유신(庾信)의 이름을 빌렸다. 문무왕(文武王)은 주나라 문왕과 무왕같은 성군이 되겠다는 의미를, 김부식(金富軾)은 당송 팔대가인 송나라 소식(蘇軾)을 본받는다는 뜻을 담았다. 이제현(李齊賢)은 "논어"'이인(里仁)'의 "견현사제(見賢思齊) 즉 '어진 사람을 보면 그와 같아지려고 해야한다'는 뜻이다. 정몽주(鄭夢周) "논어" '술이(述而)'의 공자가 한 말 "오불복몽견주공(吾不復夢見周公)" 즉 '나는 다시는 꿈에 주공을 보지 못했다'를 원용했다.

조선시대 인물을 보자. 정인지(鄭麟趾)는 "시경" '인지지(麟之趾)'를 줄였다. 기린은 성군이 출현하면 나타난다는 상상속의 동물이다. 김시습(金時習)은 "논어" '학이(學而)'의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에서 따왔다. 채무일(蔡無逸)은 "서경" '무일(無逸)' 즉 '안일하게 살지 말라'는 뜻이다. 이이(李珥)는 중국 노자(老子)의 성명 이이(李耳)와 음이 같다. 율곡의 어머니의 사임당(師任堂)은 중국 문왕(文王)의 어머니 태임(太任)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순신(李舜臣)은 요(堯)임금의 신하가 되라는 뜻이다. 송상현(宋象賢)은 "서경"의 상현숭덕(象賢崇德)에서 따왔다. 윤계선(尹繼善)은 "중용"의 '효자(孝者), 선계인지지(善繼人之志), 선술인지사자야(善述人之事者也)'라는 문구 즉 '효도는 조상이 남긴 뜻을 잘 계승하고 조상의 사적을 잘 기술하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권상하(權尙夏)는 하(夏)나라의 문물을 숭상한다는 뜻이다. 박제가(朴齊家)는 주지하다시피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따왔다.

위의 인물들은 천부적 재능이 탁월한데다, 학습가속도와 창의력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양호하고, 자기 이름에 담긴 최면학을 숙지하여, 이름값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불후의 인물이 되었다. 홍익(弘益)의 목표를 담은 이름을 지어 그를 구현할 수 있도록 장기적 최면을 걸어보자. 이 시대 정치인과 학자 등 모든 사람이 '정명론'대로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면 국태민안이 지속된다. 또한 창의(創意)하고 싶으면 사고성신(師古成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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