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라 할까 수복화라 할까?

2015.03.30 15:04:20

이상주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

꽃샘추위가 지속돼도 꽃은 지속적으로 핀다. 자연은 신비롭고 경이롭다. 자연 속에 사는 인간은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자연과 가까이하면 마음도 선하고 순해지는데 자연과 멀어지면 마음도 악해지고 독해진다. 또한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마음도 아름다워진다.

'꽃말'은 대개 꽃의 모양과 색깔의 느낌에 걸맞게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복수초(福壽草)'는 '복수(福壽)'가 좋은 뜻인데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복수(復讐)로 여길 수 있다. 어순과 표현의 차이가 느낌과 결과의 차이를 준다. '아 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 '동가홍상', '말 한마디 천 냥 빛을 갚는다'. 어휘 하나가 어감과 작품의 품격을 달리한다. 약 1천300여 년 전 중국 한유(韓愈)와 가도(賈島)의 '퇴고(推敲)'는 시짓기와 글쓰기에 있어 그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징어가 되었다. 김진명의 인기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처음 제목이 '프로토늄의 외출'이었단다.

선인들은 비유 미화하여 우아하고 격조높게 이름을 짓기도 했다. '민들레'를 '금은화', '수국'을 '불두화'라 했다. 괴산군 사리면 도촌에 '청룡암(靑龍巖)'이 있다. 서쪽에서 보면 자라머리 모양인데 청룡암이라 했다. 다섯 마리의 용이 승천한다고 한다. '돌모루'에 오룡이 여의주를 뺏기 위해 싸우는 혈 '오룡쟁주혈(五龍爭珠穴)'이 있다. 100여 미터 앞 개울가운데 야트막한 작은 바위가 있다. 용유암이라 명명했다. 문광면 유평리 '사자봉(獅子峯)'은 예전에 '용암(龍巖)'이라 불렀다.

'고향애 맛', '내눈애 안경', '천년후애'등은 정감있고 익숙한 '애(愛)'라는 말에 편승시켜 기억지수를 높이면서 화성학(和聲學)까지 감안한 용어들이다.

같은 뜻이면 어감과 발음이 좋게 서술표현해야 한다. 꽃의 경우도 그렇다. 복수초는 '복수(復讐)'를 연상케한다. 한편 예술적 식견을 갖춘 작가는 이를 절묘하게 활용하여 관심지수를 높혔다. 'TV N' 방송국에서 방영한 '노란 복수초'라는 연속극에서는 '복수(復讐)'라는 뜻으로 연상케하여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거기다 실제 꽃색깔이 노란데 '싹수가 노랗다'는 속언을 연상케해 그 결말을 예견상상할 수 있다. '백화 수복'이라는 술도 있었다. '수복강령'이라 하지 '복수강령'이라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돈 때문에 가족간에 살인하는 사람, 비리와 범법하고도 죄의식이 없는 재력가와 권력자들이 적지 않다. '권불십년'이다. 미화(美花)는 미심(美心)을 유발하고, 미언(美言)은 미행(美行)을 유발한다. 재래식 푸세식 변소에 다녀오면 몸에 '농촌의 향기'가 밴다. 꽃밭에 머물다 나오면 옆 사람도 꽃향기에 취한다.

향기 나는 말과 행동으로 향기롭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지명은 유래와 역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의 관점에서 어감과 발음이 나쁘다고 개명한다. 꽃은 그냥 두어도 되는 걸까. 한유는 복수초라 할까 수복화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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