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홍수

2015.11.22 16:03:57

김애중

이른 아침 요란한 알람소리에 잠을 깬다. 간신히 눈을 뜨고 손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찾는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된지 오래다.

우선 알람소리를 끄고 화면에 보이는 시간을 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숫자들이 또 있다. SNS 상에 올라온 글의 건수를 알리는 숫자다. 왠지 읽어줘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드는 표시이다.

오늘 아침에도 벌써 카카오톡에 두 개, 밴드에 세 개의 글이 올라와 있고 문자는 두 개, 이메일은 네 개가 와 있다. 물론 급한 내용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가 묘한 것이 나중에 봐지지 않는 게 문제다. 얼른 봐야한다.

우선 문자를 열어보니 카드회사와 은행에서 보낸 글이 있다. 이메일에는 거래처에서 보낸 세금계산서와 각종 홍보 글이 도착해 있다. 문자와 메일을 보내는 곳은 대부분 회사나 기관 등이고 주로 업무적인 내용이 많다. 카카오톡과 밴드에는 잘 아는 사람들이 글을 올린다. 주로 공지사항이나 좋은 내용들이 많다. 덕분에 책에 있는 좋은 글이나 좋은 음악, 멋진 영상들을 힘들이지 않고 볼 수 있다.

좋은 글에는 공자, 맹자님 말씀에서부터 속담이나 각종 명언들이 수북하다. 좋은 음악도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팝송, 명상음악이 있고 더러는 이상한 동물이 노래하는 것도 있다. 동영상으로는 멋진 풍경이나 진기한 쇼 장면, 황당하고 웃긴 장면들이 많다. 때로 이런 것들은 재미있기도 하고 유익하기도 하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던가. 내가 가입한 어느 밴드에 한사람이 날마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도 이른 시간에 벌써 글이 올라와 있다. 내용은 물론 그지없이 좋은 글이다.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 반성하고 통찰해서 생긴 깨달음을 여러 사람들 보라고 올리는 것이다. 처음엔 정말 산뜻하고 좋은 글로 보였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깨달음은 많은 공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두 달이 이런 식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글을 볼 때마다 어제 본 것과 비슷한 생각이 들고 나를 훈계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살살 불쾌감이 들고 답답해진다. 내가 속이 좁은 건가 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읽기도 한다.

그러다 다른 회원과 대화하는 중에 그 글에 대한 말이 나왔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나보다 더 힘겨워했다. 가끔은 좋은 글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지만 이건 매일같이 한 사람이 날마다 올리다 보니 좋은 글이 아니라 아예 쳐다보기 싫은 글이 되었다고 하소연하다시피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보기 싫으면 안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게 또 쉽지 않다. 공지사항이나 꼭 필요한 내용들이 가끔 올라오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속에는 광고뿐 아니라 좋은 글이 넘쳐난다. 정보의 홍수란 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젠 좋은 글도 홍수시대다. 머리가 아프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좋은 내용들을 매일 아침 숙제하듯이 퍼 나르기도 한다. 국민 모두가 정보전달자가 됐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스마트라는 말의 뜻을 스마트폰으로 찾아본다. 깔끔하다, 똑똑하다, 영리하다, 맵시 있다 등의 뜻이 있다. 스마트해야 할 생활이 SNS 홍수로 인해 점점 더 산만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깊이도 점점 얕아지고 있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글도,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날마다 봐야한다는 건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일 수 있다. 지나치지 않고 적당한 소통이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깔끔한 일상, 스마트라이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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