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다리

2015.11.08 13:27:05

김경수

시조시인

동물들은 강을 건널 수가 없어 멀리 돌아 숲으로 가야만 했다. 고라니가 말했다. "강을 건너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숲이 코 앞 인데" 어린 염소가 말했다. "다리가 아파 못 가겠어"

이 광경을 엿보고 있던 쥐는 슬그머니 동물들의 창고에 숨어들어 배부르게 훔쳐 먹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물들은 창고 안에 먹이가 줄어드는 것을 수상히 여겼다. "정말 이상하다· 여기에 쌓아 놓았던 먹이가 없어 졌어"

고라니가 말했다. "내 것도 없어 졌어" 그때 염소가 말했다. "이건 분명 도둑 짓이야" 얼마 후 쥐는 먹이를 훔쳐 먹다가 결국 동물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동물들이 큰 소리로 말했다. "도둑놈이 바로 네 놈이구나!"

그 순간 쥐는 동물들에게 당당하게 대답했다. "도둑이라니? 난 지금 너희들을 도와주려고 먹이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거든" 동물들이 대답했다. "뭘로 우릴 돕겠다는거야?"

쥐가 말했다. "내가 강을 건너가게 해줄까?" 동물들이 귀가 솔깃했다. "어떻게 강을 건너?"

쥐가 말했다. "그럴려면, 재물이 필요해" 동물들이 대답했다. "얼마나 필요한데?"

쥐가 말했다. "먹이창고 열 개는 필요해" 동물들이 대답했다. "그렇게 많이?"

쥐가 말했다. "강을 건너가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해, 그래도 강을 건널 수만 있다면 좋잖니?"

동물들이 대답했다. "창고가 열 개면 우린 십년을 피와 땀을 흘려야 해, 얼마나 힘든 일인데" 쥐가 말했다. "그래! 그럼, 잘 생각해봐"

얼렁뚱땅 위기를 모면한 쥐가 강으로 가 보았다. '정말로 강을 건너가게 해달라면 어떡하지?'

그때 강가에 물안개와 지나가는 구름이 엉키자 새들이 다리를 밟고 건너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 순간 쥐가 소리쳤다. "그래 바로 이거야"

다음 날 쥐는 동물들을 만나러 갔다. 쥐가 말했다. "그래, 생각은 해봤니?" 동물들이 대답했다. "강을 어떻게 건너가게 해줄건데, 그렇게 많은 재물이 필요해?"

쥐가 말했다. "다리를 놓는 거야" 동물들이 대답했다. "어떻게 다리를 놓을건데?"

쥐가 말했다. "그건 다 나한테 맡기고 너희들은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 말만 대답해" 동물들은 조금 의아한 듯 했지만 다리만 놓을 수 있다면 창고 열 개 쯤은 내놓을 수도 있었다. "좋아, 우린 너만 믿을게, 다리를 부탁해"

쥐가 대답했다. "나도 너희들에게 부탁이 있어" 동물들이 말했다. "뭔데?" 쥐가 대답했다. "어느 누구도 내가 다리를 놓는 것을 물어서도 안 되고 보아도 안 돼, 알았지?"

그날부터 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동물들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동물들이 수근 거렸다. "누가 그러는데 거짓말 이래, 속고 있는 거래"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 그래도 믿어봐야지"

얼마 후 쥐가 저녁나절 동물들에게 다리를 보여주겠다며 강가로 불렀다. 강가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구름들이 다리가 놓인 것처럼 엉키자 그때 마침 새들이 멀리서 구름다리를 밟고 건너가는 것처럼 보였다. 쥐가 말했다. "저길 봐, 새들이 다리를 건너가고 있어"

동물들이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다. "야, 정말 멋지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다리는 없을 거야"

동물들은 모두 기뻐했다. 다음 날 아침햇살에 어제 보았던 황홀한 구름다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들이 날개를 저으며 강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동물들은 슬픔에 잠기고 말았다. 그러나 쥐는 그날 밤부터 보이지 않았다.

간절한 바램이라 해도 경계하는 지혜를 갖고 누구에겐 쉬운 약점으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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