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양들의 초원에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가 말했다. "여긴 여우의 땅이야, 당장 나가!"
양들이 말했다. "아냐, 여긴 우리 땅이야.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먼 옛날부터 살아온 땅을 갑자기 니들 땅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어떡해?"
여우가 말했다. "니들 나한테 혼 좀 나볼래?"
양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물러설 줄 알고"
그때 호랑이가 나타났다. "그만두지 못해!"
다음 날 여우는 먹을 것을 들고 호랑이를 찾아가 자기편이 되어달라고 간청했다. 호랑이는 군침을 삼키며 슬그머니 받아두었다. 여우는 그 다음 늑대를 찾아가자 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여러 동물들을 찾아다녔다. 얼마 후 여우가 늑대를 앞세우고 초원에 나타나 양들을 마구 내 쫓았다.
"나가, 당장 나가란 말야! 여긴 여우의 땅이야"
양들이 대답했다. "아냐, 여긴 양들의 땅이야, 여우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도둑질이야"
여우가 말했다. "빼앗으면 내거야, 내거라구!"
양들은 너무 화가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양들은 호랑이를 찾아갔다.
"여우가 하는 짓은 숲을 어지럽히는 짓입니다."
호랑이가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양들이 말했다. "글쎄라니요, 모르겠다니요?"
호랑이가 대답했다. "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양들이 말했다. "알면서 왜 모른 척 하십니까?"
호랑이가 대답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니들끼리 잘 해결해. 난 잘 모르는 일이야"
다른 동물들도 호랑이처럼 모른 척 외면했다. 양들은 우울했다. 하지만 모두가 여우 편을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토끼와 쥐가 나타났다.
쥐가 말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야?"
양들이 대답했다. "그럼, 어떡하면 좋겠니?"
쥐가 말했다. "한방 먹여 줘야해, 그래야 함부로 하지 않는다구. 여우가 널 깔보고 있는 거야"
토끼도 거들었다. "그래, 쥐의 말이 맞아, 여우는 저보다 강한 동물 앞에서는 굽실거리면서 저보다 약한 동물들한테는 못되게 굴거든"
양들이 대답했다. "무슨 좋은 수가 있니?"
쥐가 말했다. "이리 가까이 와 봐"
양들이 대답했다. "잘 될까? 하지만 재미있겠다. 그런데 니들은 왜 나를 도와주려는 거니?"
쥐와 토끼가 말했다. "여우에게 땅을 빼앗겼어"
양들이 대답했다. "여우란 놈 정말 못됐구나"
양들이 호랑이를 다시 찾아갔다. "여우와 늑대가 짜고 큰 고깃덩이를 숨겨놓은 걸 아십니까?"
호랑이가 대답했다. "그게 정말이냐? 어디냐?"
호랑이가 양들을 따라 여우의 숲으로 갔다.
호랑이가 말했다. "고깃덩이는 어디 있느냐?"
양들이 대답했다. "저기를 보십시오"
얼마 전에 사냥꾼의 그물에 걸린 산돼지를 쥐와 토끼가 여우가 사는 숲으로 갔다 놓았다.
호랑이가 말했다. "교활한 놈! 저렇게 큰 고깃덩이를 숨겨 놓고 코딱지만한 걸로 나를 놀려!"
양들이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보시죠"
얼마 있다 여우가 나타나 큰 고깃덩이를 보자 웃으며 크게 한입 물어뜯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호랑이가 여우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괘씸한 놈! 감히 나를 놀리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여우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여우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우와 늑대의 무리가 양들의 땅을 습격했다. 양들은 이럴 줄 알고 미리 수렁을 파고 파수꾼을 세워 놓았다. 여우와 늑대는 수렁에 빠져 곤혹을 치르느라 양들의 땅을 한 치도 밟을 수 가 없었다.
그 후 양들은 저 푸른 초원의 땅은 어느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