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에게 맞은 여우가 개에게 하소연을 했다.
"늑대가 이유도 없이 날 때렸어, 분해 죽겠어!"
개는 여우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우가 말했다. "야, 무슨 말 좀 해봐! 넌 친구가 얻어 맞았다는데 가만 있을거야?"
개는 고개를 돌렸다. 호랑이도 찾아갔지만 딴청을 피웠다. 이번엔 먹을 것을 들고 다시 개를 찾아갔다. 개는 맛있게 먹기만 했다. "미안해"
호랑이도 한 입에 넣었다. "입만 버렸네"
여우는 생각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그때 쥐가 여우 앞을 못 본체 지나갔다. "야, 임마! 너 못 본척하고 그냥 지나가는 거야?"
그 순간 쥐는 여우가 무서워 목을 움츠렸다.
소문을 들은 쥐가 여우를 보고 말했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세요. 무슨 걱정 있으세요?"
여우는 쥐에게 모든 걸 이야기했다. 쥐가 말했다. "저한테 늘 했던 것처럼 해 보세요?"
여우가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쥐가 말했다. "아마 늑대 때문에 위협을 받는 다거나 피해가 생긴다면 가만있지 않을거에요"
여우는 순간 갑자기 얼굴이 밝아졌다. "고마워"
그러던 어느 날 개가 돌보는 새끼 양이 우리 밖으로 나오자 여우는 양을 슬쩍 숨겨 놓았다. 여우가 슬며시 개에게 다가갔다. 개가 여우를 보자 말했다. "새끼 양 한 마리 못 봤니?"
여우가 대답했다. "늑대 숲에 있는 것 같더라"
개가 말했다. "새끼 양이 왜 거기 있지?"
여우가 대답했다. "늑대가 잡아간 것 아냐?"
개가 말했다. "이 놈의 늑대 가만두지 않겠어!"
여우는 개의 화난 얼굴에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쥐의 말이 맞군, 이렇게 해야 움직이는군'
개가 늑대를 찾아갔다. "도둑놈! 새끼 양 내놔"
늑대가 대답했다. "새끼 양을 왜 여기서 찾아?"
개가 말했다. "혼 좀 나야 내 놓을래?"
늑대가 대답했다.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해봐"
순식간 개와 늑대가 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둘 다 너무 지쳐 돌아섰다. 여우는 개에게 미안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늑대를 혼내주고 싶었다. 그리고 곧바로 새끼 양을 개에게 데려다 주었다.
그러나 여우는 늑대가 아직 혼이 덜난 것 같았다. 이번엔 호랑이 집 앞에 가시를 깔아 놓았다. 얼마 후 호랑이가 집 앞으로 나오다 가시에 찔렸다. 발에 피가 흘러 나왔다. "아이고 아파라"
그때 여우가 나타났다. "왜 그러세요?"
호랑이가 말했다. "내 발에 가시 좀 빼다오"
여우가 대답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여우가 가시를 뽑았다. 호랑이가 말했다. "그런데 웬 가시냐? 여지껏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여우가 대답했다. "이 짓도 늑대 짓 같습니다."
호랑이가 말했다. "이 짓이라니? 늑대가 왜?"
여우가 대답했다. "얼마 전에 늑대가 사냥을 하려고 구덩이를 만들었는데 호랑이가 사냥감에 손을 댈까봐 가시를 뿌려 놓은 것 같습니다."
호랑이가 말했다. "이놈을 당장 요절을 낼테다"
호랑이가 늑대를 찾아가 묻지도 않고 두들겨 팼다. "왜 그러십니까?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호랑이가 대답했다. "뭐? 아무 잘못이 없다고?"
늑대가 말했다. "아무리 제가 힘이 약한 동물이라고 무조건 때리면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여우는 그 광경을 보면서 즐기고 있었다. 늑대는 우선 도망을 쳤다. 호랑이가 돌아가고 난 후 여우가 늑대를 찾아갔다. "기분이 어때?"
늑대가 대답했다. "다 네 놈 짓이구나"
여우가 말했다. "나도 그때 그 기분이었어, 앞으로 약한 동물들에게 함부로 하지마, 알았어?"
그 후로 여우도 쥐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남의 일이 억울해도 선뜻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 때론 지혜라는 지렛대가 요구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