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숲길

2015.03.01 13:52:35

김경수

시조시인

고양이가 큼지막한 고깃덩이를 물고 가다가 비좁은 숲길에서 개를 만났다. 개는 고양이를 보는 순간 그 앞에서 길을 막고 버티고 있었다.

고양이가 말했다. "길 좀 비켜줄래?"

개가 대답했다. "물고 있는 걸 주면 비켜주지"

고양이가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개가 대답했다. "그럼 하는 수 없지"

갑자기 개가 고양이를 향해 무섭게 덤벼들었다. 고양이가 몸을 피해 달아났지만 고깃덩이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고깃덩이를 빼앗긴 고양이는 화가 났다. 궁리 끝에 개에게 맞서 도와줄 동물들을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멀리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는 생각했다. '호랑이가 도와주면 좋을텐데'

고양이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 그 길목을 통하지 않고는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지나가던 늑대가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야, 무슨 일 있었니?"

고양이가 대답했다. "골치 아픈 일이 생겼어"

늑대가 말했다. "뭔데?"

고양이가 늑대에게 그간 얘기를 들려주었다.

늑대가 큰 소리를 치며 말했다. "그깟 일 갖고 뭘 그래? 지금이라도 당장 해결해줄게"

고양이가 대답했다. "정말이니?"

늑대가 말했다. "정말이지, 근데 말야 요즘 며칠을 굶었더니 힘이 없어. 먹을 것 좀 없냐?"

고양이가 대답했다. "알았어, 약속 꼭 지켜!"

늑대가 말했다. "걱정마."

고양이는 자신도 먹을 것이 없었지만 그 일이 해결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기다려도 늑대는 그 곳에 오지 않았다.

며칠 후 고양이는 먹이를 물고 또 다시 그 좁은 숲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개가 나타났다.

고양이가 말했다. "반을 떼어주면 비켜줄래?"

개가 대답했다. "몽땅 내 껀데 그 짓을 왜 해?"

고양이가 말했다. "나쁜 놈, 너는 강도야"

개가 말했다. "뭐· 강도· 먹이는 강자가 보면 강자거야. 너도 강자가 되면 될 거 아냐?"

고양이가 말했다. "너도 언제 가는 후회할거야"

고양이는 먹이를 내어주고 하는 수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려고 시냇가에서 물을 먹고 있을 때 여우가 말을 걸어왔다.

"야, 너 밥 안 먹었니· 물로 배를 채우게"

고양이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응, 못 먹었어"

여우가 말했다. "너같이 작은 체구에 먹고 말고 할게 뭐 있니? 오며 가며 그걸 못 먹니?"

고양이가 말했다. "방해꾼이 생겼어"

여우가 말했다. "방해꾼· 그게 누구니?"

고양이는 여우에게 그간 얘기를 들려주었다.

여우가 말했다. "좋은 수가 있는데?"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게 뭔데?"

여우가 말했다. "나한테 호랑이 탈이 있거든, 그걸 쓰고 나타나면 개가 무서워 도망 갈거야."

고양이가 대답했다. "도망갈까?"

여우가 말했다. "의심나면 관둬"

고양이는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좋아"

여우가 말했다. "그런데 그게 좀 비싸"

며칠 후 고양이는 호랑이의 탈을 쓰고 비좁은 숲길로 들어섰다. 변함없이 개가 나타났다.

고양이가 말했다. "야, 내가 누군지 알아?"

개가 대답했다. "난 네가 누군지 관심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감히 호랑이를 몰라보다니!"

개가 말했다. "너 같은 호랑이는 무섭지 않아"

개는 고양이에게 덤벼들었다. 고양이도 혼신을 다해 싸웠지만 상처만 커져갔다. 더 이상 버티다간 죽을 것 같아 고양이는 간신히 도망쳤다.

약자는 스스로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지혜로운 판단과 행동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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