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죽림동 '현대판 봉이 김선달' 논란

마을개발위 부과 상수도요금 청주시 요금보다
3.5배 비싸고 입회비로 100~300만원 받아
주민들 "부당하다" … 市 "제재 방법 없다"

2014.05.29 20:05:00

청주시 흥덕구 죽림동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과한 수도요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마을 중심에 있는 '관정'이 문이 잠긴 채 홀로 작동 중이다.

ⓒ이주현기자
65가구가 모여 사는 청주시 흥덕구 죽림동에서 때 아닌 '현대판 봉이 김선달' 논란이 일고 있다.
원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개발위원회가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으로 이사 온 주민들에게 부과한 간이상수도요금 때문이다.

위원회가 정해 놓은 수도요금 체계가 있지만 어떻게 요금을 산정했는지 출처와 근거를 알 수 없는 데다 요금도 터무니없이 비싸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취재진은 29일 다수의 주민으로부터 마을 수도요금 체계가 부당하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확인 결과 이 마을의 수도요금은 청주시 상수도 요금보다 약 3.5배 비쌌다.

청주시 수도요금은 가정용 기준 △0~20t, 450원△20t~30t, 580원△30t 이상, 930원이다.

반면 이 마을은 △1t~50t, 2천원 △50t~100t은 2천500원 △100t 이상, 3천500원을 받고 있다.

누진세도 약 3.5배 비쌌다. 청주시 수도요금의 누진세는 130~350원인데 반해 이 마을은 500원~1천원을 받고 있다.

실제로 8세대가 있는 A빌라에 청구된 수도요금은 168만4천500원. 지난해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사용한 수도세다. 1세당 6개월 사용한 지하수 요금이 21만562원인 셈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상수도 미공급지역으로 1975년부터 1998년까지 원주민 100여명(당시 28세대)이 직접 물을 길어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해왔다.

이 해 한국지역난방공사 청주지사가 마을에 입주하면서 마을개발위원회장인 L(72)씨에게 발전기금 7천만원을 건네면서 깊이 156m의 관정(管井)이 설치됐다.

같은 해 L씨를 지하수 관리원으로 하는 주민기구가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세대 당 1년에 관리비 명목으로 10만원을, 수도요금으로 3만6천원을 각각 걷었다.

이때만 해도 간이상수도 요금에 대해 주민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지난해 1월 L씨를 회장으로 하는 '죽림대산마을 상수도회'라는 단체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곳은 몇 년 전부터 빌라, 전원주택 부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다세대 주택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이들은 이사 온 '새내기' 주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 입회비를 받았다. 상수도회에 입회하지 않으면 물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새내기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입회비를 내야 했다.

그러나 새내기 주민들은 입회비를 내더라도 마을운영 규칙상 정회원이 되지 못했다. 지하수 운영이나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A씨와 원주민들에게 있다는 얘기다.

몇몇 주민들은 높게 책정된 누진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했다.

L씨는 "물을 아껴 쓰라는 명목으로 이 같이 책정했다. 만약 누진세가 없다면 물을 펑펑 썼을 것이고 지하수는 말랐을 것"이라며 "입회비를 받아도 전기세 월 30만~40만원, 총무 인건비 매달 160만원, 수중 모터 수리비 300만~400만원 등의 지출을 감안하면 운영자금이 넉넉지 않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끼리 금전과 관련해 어떤 요구가 오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안다 해도 행정기관이 나서기는 어렵다"며 "지난 26일 주민의 민원을 받고 28일 관계자에게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최대만·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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