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2년이라는 긴 연애기간을 이어 온 30대 중반의 남녀는 유럽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프랑스를 선택했다. 프랑스는 여자의 고향이고 남자친구는 이곳이 두 번째 방문이다.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딸에게 엄마가 "기차가 9시 도착 아니었니"라고 묻자 "데모 때문에 차 막히고 난리 났어요"라고 불평한다. 그러자 엄마는 "불쌍한 간호사들 파업도 못 하니? 여긴 미국이 아냐"라고 핀잔을 준다.
아담 골드버그와 줄리 델피 등이 주연한 영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의 한 장면이다. 줄리 델피 감독이 2007년 제작한 작품이다.
(장면2)
발레리노를 꿈꾸는 10대 초반의 빌리는 오디션이 끝나고 남루한 차림의 아버지와 함께 강당 출입문으로 향했다. 이때 영국 사회의 최상류층 인사인 왕립발레학교 교장이 "엘리어트 씨"하며 파업하다 온 광부인 아버지를 불러 세웠다. 그는 "파업에서 꼭 승리하세요"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감명 깊게 봤다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8회 '런던 한국영화제'에 참석해 "제가 인상 깊게 감동적으로 본 영화 중 하나가 영국에서 만든 '빌리 엘리어트'란 영화"라고 말했다.
위 두 장면에 등장한 엄마와 발레학교 교장은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해답은 쉽다. 내가 나를 위해 파업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그들을 위해 파업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 톨레랑스 즉 관용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랐고, 관용이 사회적 분위기로 뿌리내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톨레랑스(tolerance·관용)란 프랑스 말이다. 톨레랑스의 첫 번째 의미는 상대방의 정치적 의견, 사상, 이념 등을 존중해 자신의 생각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지되는 것도 아닌 한계 자유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톨레랑스는 존재할까? 날이 갈수록 노동운동 자체를 사회적 범죄로 취급하는 게 현실이다. 철도 노동자나 의사들이 파업하면 국민의 발과 건강권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고 매도한다.
유성기업 노조가 2011년 5월 노조파괴 공작에 맞서 파업에 돌입하자 자동차업계와 보수언론은 '귀족노조의 배부른 투쟁'이라고 몰아세우며 공권력 투입을 주문했다. 현재 이정훈 유성기업지부 영동지회장과 홍종인 아산지회장이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근처 높이 22m의 광고탑에 올라가 '불법 행위를 한 사업주를 처벌하라'며 고공농성을 벌인 지 100일을 넘겼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는 인간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고 권리는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 당사자가 아니라고 '왜 이런 파업을 하는 거야'라고 불평한다면 정작 자신을 위해 파업을 해야 할 때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또 불평하게 된다. 노동자라면 파업할 권리가 있다. 잠시의 불편은 톨레랑스, 관용으로 이해해주는 공동체 의식 '한국적 가치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