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진드기엔 파리약? 충북도의 '엉터리 방역'

효과 검증 없이 화학성분제 무차별 살포
환경오염·익충 박멸 등 생태계 파괴 우려

2013.05.23 21:22:51

보은군보건소 방역반 직원들이 진드기가 출몰하는 풀숲과 하천 등지를 중심으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보은군보건소
속보=이미 2년 전 전국 최대 '살인 진드기' 서식지로 판명 난 충북지역에서 부실한 방역 활동마저 이뤄져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살인 진드기 살충에 대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파리·모기약'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면서 '부실 방역' 논란과 함께 '생태계 파괴' 같은 2차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3일자 1면>

도내 방역당국에 비상령이 떨어진 건 지난 16일. 제주도에서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 일명 살인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국내 최초로 숨지면서다.

12개 시·군은 앞 다퉈 살인 진드기 서식 의심지역인 풀밭이나 나무 덤불 등지에 살충제를 뿌렸다. 사용된 약품은 리마트제, 디텔스, 뉴 델타스타, 델타킹 등. 주로 파리나 모기를 박멸하는 데 쓰이는 살충제다.

이 약품을 '살인 진드기' 방역에 쓰라는 질병관리본부나 충북도 차원의 지침은 없었다. 그저 시·군별로 남아 있는 파리·모기 살충제를 무작정 뿌린 거다.

충북도가 세운 방역 대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 달부터 '도 일제 방역의 날'을 선포해 방역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나 아직까지 살충 효과에 대한 분석은 하지 못한 상황이다.

본보 취재진이 질병관리본부와 충북도, 청주시보건소, 충주시보건소, 보은군보건소 등지에 파리·모기약에 대한 살인 진드기 살충 효과를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없었다.

익명의 보건소 관계자는 "1ℓ짜리 용기의 파리·모기 살충제를 물로 200배 희석시켜 하루 4~5ℓ 정도 살포하고 있다"며 "솔직히 작은소참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도 보건당국 관계자도 "진드기에 대한 살충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답답하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이미 2년 전 충북의 살인 진드기 분포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조사를 했다는데 우리에겐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며 "질병관리본부의 안일한 대처가 충북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고 했다.

무차별적인 방역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논란거리다. 살인 진드기 박멸은 고사하고 엉뚱한 익충만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수나 농업용수로 쓰이는 하천에 살충제 성분이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의 보건소 직원은 "화학 성분이 있는 살충제다보니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 같은 2차적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나마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연막 소독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장규·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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