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인진드기가 전국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2일 청원군 오창읍 가좌리에서 축사를 운영 중인 이충기(54)씨는 걱정스런 눈으로 소를 바라보고 있다.
ⓒ최범규기자
최근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지역이 대부분 축산 농가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날로 떨어져가는 소 값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인진드기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축산민들은 쇠고기 소비가 감소되진 않을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어딜 가나 진드기 타령이네요. 소까지 감염되진 않을는지"
청원군 오창읍 가좌리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이충기(54)씨는 애써 시작한 일이 수포로 돌아가진 않을까 밤잠을 설친다.
이씨가 키우고 있는 한우는 모두 120여마리. 소 값이 이 일을 시작한 지난 2009년에 비해 절반가량 떨어졌다. 설상가상, 살인진드기 파동이 일어났다. 그 탓인지 축사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전전긍긍' 그 자체였다.
22일 충주시에서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발생, 도내 보건당국이 비상이 걸렸지만 이씨는 소 걱정에 한숨부터 나온다.
"그 놈의 진드기 한 마리 때문에 못 살겠어요. 요즘 소 키우면 빚만 는다는데 소 값이 더 떨어지게 생겼어요"
요즘 모내기가 한창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따라 모판보다 논 옆 축사에 자꾸 눈이 간다. 논두렁에 앉아 동료들과 새참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지만 주제는 단 하나. 단연 '진드기'다.
"옛날 들판에서 풀 뜯길 때나 벌레들이 들러붙었지, 요즘에는 파리나 있을까 뭐 있나?"
동료의 말에 이씨는 실없이 웃기만 한다.
지난해 8월 강원도 춘천에서 사망한 박모(여·63)씨는 빈 축사 터 근처에서 텃밭을 일구다 살인진드기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지난 16일 제주시 서귀포시에서 사망한 강모(73)씨도 축사를 운영했다.
이날 짦은 휴식을 마친 이씨는 축사로 발길을 재촉했다. 오늘따라 소 근처에 날아다니는 파리가 유독 커 보인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