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0일 체결된 오창 테크노빌GC 대출 협약서.
국내 한 시중은행이 분양이 불가능한 퍼블릭(대중) 골프장의 분양수익금까지 담보로 인정한 뒤, 거액의 프로젝트파이넨싱(PF) 자금을 대출해 준 사실이 드러나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4월 30일자 1면>
오창 테크노빌GC 채권단 협의회 등에 따르면 A시중은행과 골프장 시행사, 시공사 등은 지난 2007년 6월 20일 오창 테크노빌GC 조성공사와 관련, 총 250억 원에 달하는 PF 자금을 대출해 주기 위한 대출 협약서를 작성했다.
은행장과 지배인 명의로 작성된 대출 협약서 제6조 '분양수익금' 조항에는 은행측과 시행·시공사 간 분양수익금 관리방안을 명시했고, 제8조 '자금집행 및 관리' 조항에서도 대출금의 구체적인 회수방법까지 적시했다.
이 조항에는 분양총액이 150억 원에 이를때까지 분양수익금을 골프장 조성 사업비로 충당하고, 150억 원을 초과하면 초과금액 전부를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사용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오창 테크노빌GC는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회원제 골프장이 아닌 퍼블릭(대중) 골프장으로 회원권 분양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장이었다.
이 때문에 오창 테크노빌GC 최초 사업자의 경우 골프연습장과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이용하면서 주중과 주말에 부킹을 보장해주는 방법으로 4가지 회원권(864 구좌)을 1천307명에게 판매해 총 174억 2천76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최초 사업자가 분양권 판매 등에 따른 사기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시중은행과 시행·시공사 간 체결된 '대출 협약서' 자체가 불법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공적자금인 은행의 PF가 분양수익금을 올릴 수 없는 사업장에 지원되고, 이에 따라 1천300여 명에 달하는 분양권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해당 시중은행은 대출금 회수를 위해 골프장 공매를 신청한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더욱이 PF 대출이 승인되는 과정에 은행장과 지배인 등 본점 최고 경영자의 서명날인이 첨부된 것은 은행측이 조직적으로 불법대출을 나섰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권을 분양할 수 없기 때문에 오창 테크노빌GC가 골프연습장 및 휘트니스센터 이용권과 묶어 분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분양수익금까지 담보로 인정한 뒤 PF 대출을 승인했다면 심각한 문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레저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골프대중화를 위해 세제지원까지 받으면서 조성되는 퍼블릭 골프장은 분양권과 이용권 등 유사분양권을 판매할 수 없다"며 "만약 금융기관이 이를 알고도 거액의 대출을 일으켰다면 결제라인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측은 테크노빌GC 분양수익금이 골프 회원권이 아닌 연습장과 휘트니스센터 이용권으로 분양이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채권단 협의회측은 은행측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담보가치가 1억~2억 원에 불과한 시설에 220억 원의 대출이 이뤄진 것도 '특혜대출'에 해당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 김동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