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味親) 사람들 - 청주 강내면 '산하춘'

2017.04.23 14:55:35

청주 강내면에 위치한 한정식집 산하춘 전경

[충북일보] 꼭 제철 먹거리가 아니더라도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청주 강내면에 위치한 '산하춘'이 그렇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구릉지에 지어진 전통한옥은 지금 이 계절 푸른 잔디 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자연과 하나 된 전통한옥의 자태에 감탄을 내뱉고 안으로 들어서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윤근숙 대표가 미소로 반긴다. 한옥의 아늑함을 느끼며 정원을 내다보는 사이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정갈한 상차림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 도심 속 무릉도원을 운영하는 부부는 인근 중학교의 동창생이다. 중학생 때부터 교제 했느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 쳤다. 이름만 알던 동창생이 인연으로 발전한 건 30여 년 전 서울에서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던 윤 대표를 찾아온 건 입대를 앞둔 박광규 대표였다. 반갑기만 했던 고향 동창생은 박 대표의 제대 후엔 삶의 동반자가 됐다. 16년 전까지 그들의 터전은 여전히 서울이었다.

잘 되던 사업을 외부 요인으로 정리하게 됐을 때 부부는 기분 전환겸 남한산성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자연 경관도, 요리도 아닌 한옥 이었다.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멋스러운 한옥에 반해 그 집에서 파는 음식 대신 그 집을 지어줬다는 기술자를 찾았다. 수소문해 찾은 한옥기술자들과 함께 박 대표의 고향으로 내려왔다. 추억이 어린 집터에서 꼬박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고생하며 전통 방식의 한옥을 만들어냈다.
꿈에 그리던 한옥을 재현했지만 처음부터 한정식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자신 있었던 비법 부대찌개를 시작했다. 멀리까지 찾아온 손님들이 남긴 조언은 맛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 좋은 한옥을 지어놓고 부대찌개냐"였다. 한식을 함께 했던 그들은 차근차근 제대로 된 한정식을 준비했다. 각지에서 최상의 재료를 구하고,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고, 체계를 갖춰가기까지 3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자리를 잡고 나니 더할 나위 없었다.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에게 조금 멀리 나오는 수고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윤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산하춘의 아침이다. 아이들을 서울에 두고 왔을 땐 그리움에 사무쳐 바라보던 쓸쓸한 정원이었다. 가게를 이어갈 아들이 산하춘에서 함께하는 지금은 아침마다 정원을 찾는 새들마저 가족처럼 정겹다.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뽐낸다는 산하춘의 정원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더해갈 것 같다.

◇블로거들의 한줄평

블로거 오은주-임금님 수라상이 여기 있다. 고급스러운 그릇에 정갈한 요리를 먹으니 왕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블로거 강미성-구절판에 신선로, 싱싱한 회까지 푸짐한 한 상을 받으니 이보다 더 좋은 대접이 있을까 싶다.

블로거 윤수정-눈으로 먼저 만족하고 입으로 두 번 만족했다. 모든 음식을 하나의 작품처럼 상 위에 그려둔 것 같은 비주얼이다. 무엇보다 주차장이 넓어서 좋다.

블로거 최은경-다른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정성 가득한 메뉴들이 차려져 새로웠다. 반찬하나 조차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오랜만에 제대로 대접받은 기분.

블로거 신승호-품위 있고 격조 있는 한 끼다. 놋그릇에 담긴 음식부터 창밖으로 보이는 넓은 정원까지 힐링의 정석이다.

블로거 장동민-다양하게 준비된 코스메뉴를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겠다. 코스가 늘어날 수록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상차림을 받고나면 후회하지 않을 듯.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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