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味親) 사람들 - 청주 복대동 '뻑장어'

2017.03.26 14:44:13

[충북일보] 거리를 지나다보면 유독 선정적(?)인 간판들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수식어들 뒤엔 대부분 '장어'가 붙어있다. 그만큼 장어는 스테미너의 상징으로 알려져있다. 청주 복대동 골목에서 만난 '뻑장어'의 의미도 궁금했다. 주인장 임종란씨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맛있다는 뜻"이라고 얼버무렸다.
그가 처음 장어를 만난 건 어린 시절이었다. 장어 음식점이 대중화돼있지 않던 그 시절 '낚시광'이셨던 아버지는 갯벌에만 가면 장어를 들고오셨다. 어머니는 낯선 생선을 다양하게 요리해 식탁에 올렸다. 구워먹어도, 탕을 끓여먹어도 기운이 솟는 기분이었단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 임 대표는 아이들 셋을 키우며 이유식부터 장어를 활용했다. 건강한 단백질에 대한 확신이었다. 타고난 요리실력 덕인지 고기를 갈아넣는 것보다 고소해 아이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아이들에게 외식 메뉴 선택권이 생겼을 때부터 장어를 외쳤다니 '장어 조기교육'이었던 셈이다.

영동에 양식장을 두고 있는 장어 맛집을 단골로 삼았다. 수차례 방문으로 친해진 단골집 사장님은 임 대표에게 장어 음식점을 권했다. 일을 배우다 보니 장어가 더 좋아졌다. 처음엔 무서웠던 장어 잡는 일도 하다보니 늘었다. 요리 실력을 십분 발휘해 다른 곳에서 장어를 먹으면서 아쉬웠던 곁들임 메뉴들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뻑장어에서만 볼 수 있는 새우젓에 삭힌 파라던가 유채나물 장아찌 등은 그 노력의 산물이다. 무 절임 하나도 사다가 쓰는 대신 식초를 담아 직접 만든다. 모양은 투박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장어의 맛과 어우러진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장어이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에 더 정성을 들여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무리 장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는 못먹는다는 얘기는 뻑장어에서 통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곁들이 찬에 힘입어 장어를 더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가족 외식 메뉴의 선택권은 아이들에게 있는 것을 알기에 가족 모두의 입맛에 맞는 찬을 내는것도 임 대표의 숨은 센스다. 잡채, 튀김탕수 등으로 여성과 어린이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뻑장어가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유다.

임종란 대표

숯불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고기는 숯으로 구워야 더 맛있다는 그의 신념이 숯을 포기할 수 없게 했다. 사계절 내내 땀을 흘리며 테이블에 숯불을 나르는 임 대표의 맛있는 열정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다.

◇블로거들의 한줄평

블로거 장동민-장어는 몇 첨 먹으면 물리는 음식으로 생각했는데 갖은 반찬들과 함께 먹으니 계속 새롭다. 마무리로 메밀 누룽지탕까지 먹어주면 고소하고 깔끔하다.

블로거 윤수정-다양한 종류의 장아찌가 인상적이다. 장어구이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쌈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신기했다.

블로거 강미성-파절임이 특히 환상 궁합이다. 한참을 파만 먹었다. 흔히 보기 힘든 얼큰 장어죽도 한그릇의 보양식이다.

블로거 신승호-두툼한 장어가 좋다. 다 구워져 나오는 것보다 초벌 후 숯 위에서 기름이 자글자글 올라오는 순간 낚아채면 고소함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블로거 오은주-매콤한 양념장어에 이것 저것 쌈을 싸먹으니 느끼함이 전혀 없다. 장어와 친하지 않는 사람도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는 비법.

블로거 서미연-제대로 식감이 느껴져서 좋다. 매콤한 양념장도 취향에 따라 곁들이니 일품. 자극없이 순수한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반찬이 많아서 건강한 느낌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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