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味親) 사람들 - 청주 남일면 '청향'

12가지 약초와 백숙으로 그려낸 '맛있는 건강함'

2017.02.20 15:32:44

장뇌오리백숙. 요리에 사용하는 장뇌삼은 주인장의 아버지가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충북일보] 심마니인 아버지는 산삼을 사러 온 지인들에게 장뇌삼이 들어간 백숙을 대접하곤 했다. 그 백숙이 먹고 싶어 산삼을 사러 온다는 우스갯소리를 나눌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던 엄홍규 대표는 그 백숙을 그저 대접만 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힘을 모을만한 아이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엄홍규 대표

5년 동안 운영했던 마트의 문을 닫았다. 약초와 백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의학 박사를 만나가며 닭·오리와의 궁합이 좋은 약초들을 찾았다. 약초 전문가인 아버지는 그가 알아낸 약초들을 눈앞에 가져와 주셨다. 그렇게 12가지 약초들로 맛있는 건강함을 그려내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청주 문의면이 고향인 엄 대표는 우연히 들어온 화당리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다 가게 터를 정했다. 논과 산과 물이 어우러진 시골 길에서 '쉼'을 느꼈다. 앉아서 맨 밥을 먹어도 힐링이 될 듯한 한적한 장소에 건물을 짓고 최대한 큰 창을 냈다.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창 밖으로 훤히 보이는 바깥 풍경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주인장의 야무진 손끝에서 나온 정갈한 반찬들.

'청향'의 기본 상차림은 일반 백숙집과는 다르다. 비결을 물었더니 "부모님 몰래 다녔던 요리학원에서 기본기를 닦은 모양"이라며 웃었다. 학창시절 요리를 반대하셨던 부모님 몰래 학원에 다녔단다. 그의 일탈(?)은 7개월 만에 발각되면서 끝이 났지만 야무진 손끝은 7개월짜리 같지 않다. 수더분한 인상과 달리 정갈한 상차림을 고집한다는 그는 '상차림을 눈으로 보는 순간부터 식사의 시작'이라고 여긴다. 손가락만한 새송이버섯 위에 곱게 얹어진 훈제 오리고기와 브로콜리가 수줍다.

백숙의 마무리는 건강죽. 죽을 위한 육수가 따로 마련돼있지 않아 국물을 다 먹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수십 년간 전국에 있는 산들을 누벼온 아버지를 따라 약초를 캐러 가본 적도 있었다. 호기심에 쫓아간 산에서 젊음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깨달았다. 평소에도 열정적인 아버지는 산에서 날아다녔다. 한참 뒤처져있는 그를 향해 멧돼지들이 다가오는 공포를 느낀 후 산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의 몫으로 돌렸다.

엄 대표는 자신의 가게에 보디빌더 손님들이 유난히 많다며 그들이 자주 찾아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추구하는 건강한 식단이 가장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쾌감 때문이다. 이 먼 곳까지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손님은 없도록 최선의 다해 대접하는 게 지금 엄 대표의 소박한 꿈이다.

◇ 블로거들의 한줄평

상황버섯의 조리 전 후 모습. 백숙에서 나온 검은 물체에 대한 블로거들의 질문에 주인장이 가지고 나온 노란색 상황버섯.

블로거 오은주 - 안 그래도 몸에 좋은 산삼과 전복이 오리와 함께 어우러지니 겨울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끓을수록 진해지고 걸쭉해지는 국물 맛이 감동적이다. 아버지께서 직접 키우신다는 장뇌삼을 눈으로 보여주시기까지 하셔서 더욱더 믿음이 간다.

블로거 장동민 - 건강한 한방 향을 좋아하는데 뚜껑을 열자마자 좋은 향이 퍼졌다. 너무 퍼지지도 않고 푹 고아진 오리의 식감도 좋았다. 진한 국물에서 뭔가 고소한 맛이 나는데 밤과 대추의 영향인지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국물은 물론 은행 한 알까지 남김없이 먹고 나니 한결 건강해진 기분.

블로거 신승호 - 한정식 집에서 본 것 같은 몇 가지 반찬들이 신선했다. 어머니가 직접 담그신다는 갖가지 장아찌들과 아들이 고안했다는 깔끔한 한입거리들이 조화롭다. 사실 겨울이야말로 몸보신이 필요한 계절인데 걸쭉한 국물이 제대로 추위를 이기게 한다.

블로거 윤수정 - 유리창이 많은 인테리어 덕분에 뜨끈한 곳에 앉아 경치 구경을 하면서 백숙을 즐기니 더 맛있는 느낌이다. 한방 육수도 일품이고 고추장아찌도 맵지만 계속 손이 가는 매력적인 맛이다. 장뇌삼 한 뿌리 먹었을 뿐인데 힘이 펄펄 나는 것 같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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