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내에 처음으로 블로그 사이트가 개설됐을 때만 해도 블로그는 낯선 문명이었다. 컴퓨터 좀 안다는 사람들만의 개인 홈페이지 정도로 치부됐다. 싸이** 미니홈피와 함께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되자 각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파워블로거들이 대거 등장했고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운영하는 대표적인 1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모바일 시대에 블로그는 타인의 경험을 손쉽게 공유하는 좋은 루트다. 블로그 검색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광고성 블로그들이 많아졌지만 진짜 블로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본인의 경험을 나누려는 사용자들은 여전히 많다. 청주지역에서 정기적으로 맛집을 찾아 친목 모임을 이어간다는 블로거들을 찾았다. 광고 등 이해타산 없이 육아, 뷰티, 생활정보 등 본인들의 관심사를 포스팅하는 손꼽히는 블로거들이다. 이들이 금요일마다 맛집을 체험하며 어떤 미식회를 여는지 따라가봤다.
블로거들은 같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같은 음식도 다른 모습으로 촬영하는 것이 이들의 노하우. 각자의 방법으로 손에 올린 음식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고 있다.
-내 가게를 열게 된 계기
"몇 년 간 크고 작은 일식집에서 일하면서 기술만 배운 게 아니예요. 포장만 그럴싸하게 하면서 실상은 그렇지 않은 주방의 현실을 알게 됐죠. 부끄러운 과정으로 테이블에 나간 음식을 보며 예쁘다고 만족하는 고객들을 보기 불편했어요. 최소한의 룰 조차 지키지 않은 가게들이 많았거든요. 저는 겉치레보다 내용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회를 취급하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회죠. 제 가게를 차리면 그간 일했던 어떤 고급 일식당의 회보다 좋은 회를 손님들에게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제 가게를 차려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저희 가게는 활어 숙성회만 취급하고 있어요. 숙성을 마치고 나온 광어는 눈으로만 봐도, 손끝만 대봐도 얼마나 잘 숙성됐는가를 알 수 있어요. 시간, 온도, 습도, 생선 사이즈 등 모든 환경을 고려해야하는데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늘 같은 상태가 나올 수는 없어요. 한 눈에 봐도 숙성이 잘된 날은 정말 행복해요. 손님들 눈 앞에 계속 회를 내밀어 자랑하고 싶을 만큼요. "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어쩌면 흔한 생선이라고 할 수 있는 광어를 제일 좋아해요. 숙성을 어떻게 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거든요. 광어 크기에 따라서도 다른 맛이 나오고요. 같은 생선도 요리사의 재량에 따라 다른 맛으로 변한다는 게 매력이죠. 또 다른 메뉴는 12월 중순께에 잡힌 10~15kg 대방어예요. 꼭 그 시기, 그 크기여야 낼 수 있는 특유의 기름진 맛이 있거든요."
-기억에 남는 손님은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서울에서 내려오셨던 손님이 계셨어요. 공사 기간동안 수시로 가게에 들러주셨는데 인테리어와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문 손잡이 재질이라거나 조명 색상까지 친 형처럼 세세하게 챙겨주셨거든요. 이미 오픈한 뒤라 그분의 의견을 절반 정도만 수용할 수 있었지만 그냥 지나치지않고 지적해주신 마음이 감사해서 기억에 남아요."
/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