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 모자

2025.03.16 16:56:06

모자
     김기남
     충청북도시인협회
     충북대 명예교수



남편은 모자를 좋아한다
모자가게를 지나치는 법이 없다
나는 다르다
얼굴이 갸름해야
모자가 잘 어울릴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
모자 앞에 서면 자신이 없다

둘이서 가끔 쇼핑 할 때면
남편은 모자코너에 들어가
이 모자 저 모자를
본인도 써 보고, 나에게도 씌워본다

남편이 골라주는 모자들은
모두 귀여운 느낌의 디자인
이 모자를 씌우고는 고개를 가로 젓고
저 모자를 씌우고는 끄덕끄덕

나를 귀엽게 만들려는
일방적인 태도 앞에서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야 하나?
기분 나빠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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