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은 수업 들으며 해법 모색해라

2025.03.06 19:54:02

[충북일보]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 수업 거부가 새 학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 갈등이 1년 넘게 타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문의들마저 이탈해 공백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엊그제 입학한 의대 신입생들까지 수업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신학기를 맞아 전국의 캠퍼스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의대 강의실은 썰렁하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기존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탓이다. 신입생마저 같은 이유로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업을 듣지 않으려면 왜 그토록 어려운 관문을 뚫고 의대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사정도 비슷하다. 충북대 등에 따르면 의대 의학과(본과) 1~4학년 학생 210여 명 중 대부분이 또다시 휴학계를 제출했다. 물론 아직 대학 본부의 승인은 나지 않은 상태다. 충북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의학과 개강일을 당초 4일에서 이달 17일로 2주 연기했다. 의예과는 학사일정대로 지난 4일 개강했다. 5일부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충북대 의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원이 늘어났다. 109명의 신입생을 뽑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의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충북대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는 각각 지난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의대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등교 거부를 권유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굉장히 잘못됐고, 신입생들도 이런 걸 알아야만 한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슬픈 자화상이다. 결국 대학총장들이 나섰다. 6일 회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예전 수준으로 동결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학생들의 수업 복귀가 전제 조건이다. 신입생의 경우 첫 1년 동안 일반 휴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유급 처리된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급한만 마음에 실수를 했다. 학칙에도 없는 조건으로 신입생들에게 휴학을 허용했다.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였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교육부도 "올해는 집단 휴학 일괄 승인 등 학사 유연화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충북대는 신입생들을 설득하면서 학교 방침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는 원칙 없는 정부의 양보로 사태가 되레 꼬였지만 이번에는 원칙 대응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의대 신입생들의 등교 거부는 일찍이 없던 일이다. 특히 2025학번 의대 신입생들은 입학 정원 확대 수혜를 입었다. 그런데 첫날부터 등교도, 수업도 거부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거두고 다시 뽑아 달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이율배반도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게 맞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다. 앞서 밝힌 대로 2025학번 신입생들은 의대 증원의 혜택을 누린 당사자들이다. 수업 거부에 참여하는 행태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비친다. 국민들은 그동안 참담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의료계가 더 이상 국민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일부에선 의대 신입생들의 수업 거부에 선배들의 입김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수업은 전쟁 때도 멈추지 않았다. 의대 신입생들은 수업을 들으면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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