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충북도가 동물위생시험소 내 축산시험장을 이전하기도 전에 기존 초지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에 파크골프장 추가 조성이 시급한지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는데다 사업을 서두르고 있어 김영환 지사의 선거용 사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도에 따르면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구성리에 있는 동물위생시험소 축산시험장 부지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축산시험장 초지 13만㎡ 중 5만㎡(1만5천 평)를 활용해 36~45홀 규모의 파크골프장과 편의시설, 주차장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 준공이 목표다.
이 초지의 재산관리권은 벌써 동물위생시험소에서 도청 체육진흥과로 이전했다. 도는 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사업비 47억 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파크골프장 조성은 축산시험장 이전에 따라 계획한 사업이다. 현재 축산시험장은 소와 돼지, 닭 등 1천200여 마리의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도는 축산시험장 초지 규모가 다른 시·도 시설의 19%에 불과해 사료 자급률이 낮고 도심 팽창으로 민원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이전 타당성조사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을 토대로 구체적인 이전 계획이 세워지면 정부부처 승인과 예산 확보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이전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최근 저렴한 비용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의 수요가 늘어났고 축산시험장 부지는 교통 접근성이 좋아 전국대회 유치 등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축산시험장을 다른 곳으로 완전히 옮기기도 전에 파크골프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기존 초지의 절반 정도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나머지는 축산시험장 이전 전까지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육동물을 위해 대체사료 구매량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방목지가 줄어들어 가축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악취 등으로 파크골프장 이용객들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축산시험장을 이전하기 전에 파크골프장을 먼저 조성해야 할 만큼 사업이 시급한지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청주에는 이미 시가 조성한 파크골프장 4곳이 있고 2곳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162홀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 문제가 거론된다.
게다가 사전 수요나 경제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돼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이렇다 보니 노년층 표심을 의식한 김 지사의 선심성 사업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김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도의 사업비 확보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도의회가 추경 심사 때 시급한 사업인지 등을 꼼꼼히 따지겠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한 도의원은 "축산시험장 이전 부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부지를 활용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라며 "기초지자체가 해야 할 사업을 충북도가 나서서 서둘러 추진하는지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 천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