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풍경 이광희 대표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온실에서 다양한 다육식물에 물을 주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다육&풍경 이광희(47) 대표는 한때 청주 산남동에서 부인 김미숙(44)씨와 함께 일식집을 경영했다. 그러던 그가 다육식물 명인에 도전한다. 충북을 뛰어넘어 전국 으뜸의 다육식물 전문가를 꿈꾼다.
이 대표가 다육식물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일식집은 잘 운영됐지만 수익이 많지 않았다. 그는 일식집을 접고 인테리어 기술을 배우러 다녔다. 이 무렵 처형이 부인에게 다육식물을 선물로 줬다. 다육식물 잎을 떼어 물이 담긴 접시에 담가뒀다. 뿌리와 싹이 돋아났다. 새 생명이 자라는 게 신기했다. 부부는 다육식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청주 오송을 오가는 길에 평소 잘 보이지 않던 다육식물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농장을 찾아가 다육식물을 하나씩 사다 집에서 길렀다. 부인은 다육농장을 매일 찾다시피 했다. 농장주인은 이 대표 부부에게 다육식물 온실 임대를 제안했다. 부부는 2011년 오송에 있는 65평 규모의 온실을 통째로 빌렸다. 귀농을 결심하고 온실간판을 '다육&풍경'으로 지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남계리 다육&풍경을 운영하는 이광희 대표는 충북을 뛰어넘어 전국 으뜸의 다육식물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이광희 대표와 부인 김미숙씨가 다양한 다육식물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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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현재 청주에 다육식물 농장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오송 임대농장 계약기간이 끝나자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앞 토지 300평을 구입해 사업장을 옮겼다. 처갓집이 있는 가덕에도 육묘장 300평을 마련했다. 문의면에는 판매장과 주말농장으로 활용할 온실을 설치했다. 남일면 농장은 최근 임대를 줬다. 문의면 농장은 처음 500평에서 지금 1천300평으로 늘어났다. 이곳이 다육&풍경 본점이다.
다육&풍경(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남계리339-2) 온실에 들어서면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고 희귀한 다육식물들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선인장, 쇠비름, 돌나물, 채송화, 알로에 정도일 것이라는 선입관이 우르르 무너진다. 온실입구서부터 특이하게 생긴 다육식물들이 방긋방긋 웃는다. 농장규모도 압도적이다. 다육식물 잎 여러 개가 변형돼 뭉쳐 있는 '철화'가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다육식물은 장미꽃처럼 생긴 '에케베리아'다. 예쁜 꽃을 피우는 '코노피튬'과 '리톱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월시아'는 반그늘에서도 잘 큰다.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듯 신비스럽게 생긴 것도 있다. 다육식물 중에 색이 변하거나 줄이 들어간 것을 금이라고 한다. 하월시아에는 금이 많다. 파인애플을 닮은 '괴마옥'이나 하월시아 중에서도 '옵투샤'는 집에서 쉽게 키울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대중적이다. 다육식물의 종류는 수만 가지에 이른다. 다육&풍경에서도 수천 가지를 키우고 있다. 가격은 정해진 것이 없다. 불경기에는 가격이 내려간다. 1천원에서부터 10만~15만원, 300만~800만원, 1천만원까지 다양하다. 5천만원짜리도 있었지만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1천만원대로 떨어졌다.
다육&풍경의 아름답고 희귀한 다육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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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돌연변이 다육식물 육성에 정성을 쏟는다. 서로 다른 꽃을 교배해 새로운 품종을 만든다. 돌연변이는 드물게 나온다. 이것을 따로 번식시켜 신품종을 개발한다. 독특한 다육식물을 증식해 비장의 자산으로 삼는다. 다육식물은 세포 분열하듯 번식한다. 꽃도 핀다. 씨앗을 받아 파종하면 돌연변이가 나오기도 한다. 이 대표가 개발한 것은 수십 가지다. 돌연변이는 가격도 일반 품종보다 훨씬 비싸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다육식물에 직접 블루벨벳, 알사탕 등 이름을 붙인다. 앞으로 특이한 품종개발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다육식물을 직접 재배해 도매와 소매, 수출로 소득을 창출한다. 해외에서 종자를 들여와 키운 상품도 판매한다. 주로 중국 대만 태국 일본 미국으로 수출한다. 지금은 80~90%가 국내 판매다. 미국이 수출의 5%정도를 차지한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10~15%다. 중국 수출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대부분 종자로 거래한다. 연매출은 2011년 1천500만~2천만원, 2015년 6억~7억원, 2020년 7억~8억원 정도였다. 2023년과 올해 매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요즘은 불경기여서 매출이 잘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코로나19 때가 좋았다. 실내생활을 주로 하던 사람들이 다육식물을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난 뒤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더 힘들어졌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남계리 다육&풍경을 운영하는 이광희 대표는 충북을 뛰어넘어 전국 으뜸의 다육식물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이광희 대표와 부인 김미숙씨가 다양한 다육식물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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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것만 재배해 판매한다. 주말농장처럼 임대료를 받고 다육식물 보관대를 만들어 분양한다. 현재 고정고객 100여명이 보관대를 분양받아 다육&풍경에서 다육식물을 직접 기른다. 또한 해외거래처와 희귀한 종자를 주고받는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대표만의 경영기법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다육식물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방법도 터득했다.
이 대표는 전국에서 유명한 농장을 찾아다니면서 다육식물 재배법을 배웠다. 농업기술센터나 농업기술원 다육식물 교실에서도 공부했다. 대전에 있는 전문 업체에 가서 돈을 주고 조직배양법을 익혔다. 그는 다육식물 분야에서 국내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5~10년 뒤 다육식물 명인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요즘은 농업마이스터대학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다육식물재배법 강의도 한다.
다육&풍경에선 화분도 다육식물 재배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나쯤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귀한 화분이 많다. 비싼 것도 있지만 대중성 있는 화분들은 저렴하다. 화분은 예쁜 다육식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이곳에서 방문객들과 화분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상호도 바꾼다. '다육&풍경'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서다. 요즘 '풍경'이라는 글자만 살려 새로 디자인하고 있다. 올해 안에 상표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전 세계로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농업회사 법인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이광희 대표의 성공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다육&풍경 위상도 높아졌다. 이 대표는 11월 9~10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6회 대한민국 다육식물 박람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박람회에는 충북도내 업체 5~6곳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육식물 박람회는 2019년 4회부터 청주에서 개최되고 있다. / 이종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