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마치고 나면 '정말 잘했어, 고생했어'라든가 '좀 더 노력할걸, 그렇게 했어야 됐는데'라는 반성이나 평가가 뒤따른다. 그 일에 대한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찾아보게 된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 아! 이것이 나의 성공의 원동력이었구나! 혹은 이것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어!'라며 자기 성찰로 이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귀인(Attribution)이라 한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 중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통제의 소재(Locus of control)'가 능력이나 기질과 같은 내적 요소라면 '내부 귀인', 외부 환경이나 우연과 같은 외적 요소라면 '외부 귀인'으로 돌린다.
자기의 능력(재능)이나 기질 그리고 생활 속에서의 자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우리는 간혹 통제할 수 없는 외부 귀인(외부 환경, 우연이나 운)까지도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생활하기도 한다. 마치 '내가 원하면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이런 현상을 '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 한다.
'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은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랭거(Ellen J. Langer)에 의해 제시되었다. 과대망상이나 도박에 대한 신념처럼 환상적 우월감, 긍정적 편향성을 보인다. 엘렌 랭거는 통제감의 환상이 주는 자신감은 인류가 진화해 온 원동력 중 하나로 여겼다. 하지만, 이러한 환상은 일을 행함에 있어 종종 실수를 자주 유발한다고 보았다.
통제감의 환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복권을 구매하도록 하였다. A그룹은 직접 번호를 고르게 하였고, B그룹은 기계에서 나온 자동 번호로 각각 만원의 복권을 사게 하였다. 그리고 당첨 번호가 발표되는 날,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복권을 꼭 사고 싶어 하는 다른 사람이 있는데, 그 복권을 되팔 생각은 있는지, 판다면 얼마에 팔고 싶은지를 적어 보라고 하였다. 그 결과, 자동 번호로 복권을 구매한 B그룹은 약 19%가 팔지 않겠다고 응답했지만, 자신이 직접 선택한 번호로 복권을 구매한 A그룹은 B그룹보다 약 두 배나 많은 39%가 팔지 않겠다고 응답하였다. 팔고자 할 때, B그룹의 평균 판매가격은 2만원으로 밝혀졌지만, A그룹의 희망 판매가격은 8만원으로 실제 구입하였던 가격보다 꽤 높았다.
직접 번호를 고른 사람들은 당첨에 대한 자신감이 더 높았고, 자신의 복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객관적 확률로 보면, 직접 복권 번호를 골랐든 기계가 자동으로 부여했든 당첨률은 항상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직접 선택한 숫자의 당첨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하며 자신의 직감으로 선택한 복권은 되도록 가지고 있으려고 하였다. 즉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과 '확률에 운명을 맡기는 것' 사이에서 직접 복권의 번호를 고른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직감을 더 믿는 쪽을 선택하였다.
때로는 직감이 이성적 사고보다 더 가치 있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세상일은 미리 그 결과를 알 수도 없으며 모든 것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부분은 '통제감의 환상'으로 중요한 사항을 늘 직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직감으로 내린 결정은 그저 직감일 뿐, 직감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면 안 되고 이성적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라는 말처럼, 일의 과정에 대한 분류, 조직, 분석, 종합, 평가과정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자기가 행하고 있는 과업 과정을 객관적으로 기술(Description)할 수 있어야 하고, 과업을 이해(Understanding)하며, 그 과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Prediction)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예측을 바탕으로 통제(Control)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 예측에 대해서는 그 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실패 예측에 대해서는 그 과정을 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이며 통제감의 환상을 뛰어넘어 통제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