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 엉덩방아 효과(Pratfall Effect)

2024.03.17 14:31:31

홍승표

원남초등학교 학교장

일상생활 혹은 학교 업무에 있어서 어떤 것이든 나름대로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있었다. '부끄러운 일을 한 나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오히려 자기 부정까지 하며 생활해 온 것 같다.

그런데,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미완성된 면이나 실수를 보일 때 사람들은 나에게 더 호감을 느끼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회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개념을 '엉덩방아 효과(Pratfall Effect)'라 칭한다. 다른 표현으로 '실수 효과'라고도 말한다.

예상하지 못한 어떤 행동이나 인간적이라고 느끼는 모습들은 다른 사람의 인식과 그들과의 상호작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지 않을 때,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평가되거나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경향은 왜 일어날까?

'엉덩방아 효과(Pratfall Effect)'를 처음 도입한 심리학자는 Elliot Aronson(1966)이다. 그는 실험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작은 실수를 저지르는 상황을 연출한 결과 실수를 범한 후에 더 호감도가 높게 나타남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주의 깊게 눈여겨볼 사항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사람, 혹은 완벽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실수하게 되면 호감이 더 상승하지만 원래 실수가 잦은 사람이 실수하게 되면 비호감이 더 형성된다는 사실도 유념하여야 한다.

엉덩방아 효과(Pratfall Effect)는 두 가지 요인에 기반한다. '인간성 표현과 원인 귀속'이다. '인간성 표현'이란 사람들은 타인을 과대평가하거나 지나친 이상화로 그들을 완벽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에 실수나 미흡한 면을 드러내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친근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원인 귀속'은 개인의 전체적인 능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면보다는 부분적으로 취약한 어느 한 장면에 공감이 되어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존재이구나'라고 여기면서 그 개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촉진되는 것을 의미한다.

엉덩방아 효과(Pratfall Effect)는 인간관계, 타인과의 상호 작용, 미디어와 마케팅 등 다양한 상황의 여러 맥락에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엉덩방아 효과는 진정성 있고 상호 공감이 가능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효과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의도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인간 심리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통찰력(insight)을 소유하여야 한다.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라는 후한서의 한자 성어가 있다. '물이 너무 맑으면 큰 물고기가 없다'라는 말로 성격이 너무 결백하고 강직하거나 몸가짐이 너무 바르면 사람이 따르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이 지나치게 똑똑하고 빈틈없이 살면 의외로 따르는 사람이 없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수청무어(水淸無魚)는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의미로 즉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가 되는 것이다.

고의로 엉덩방아나 실수의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조금은 허점이 있어 보이는 삶,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삶, '이 사람도 나와 같이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라고 여길 수 있는 그럼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서로 친밀감을 느끼고 공감하는 삶을 영위해 보자. 누구나의 삶이든 그것은 진정 소중하니까….

허점 있는 사람에게 끌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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