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은 덫이 되기도 한다: 필패 신드롬(set up to fail syndrome)

2024.02.18 15:18:26

홍승표

원남초등학교 학교장

측정 및 평가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측정과 평가는 개념상 다소 차이가 있다. 다양한 연구물에서 유추해 보면, 측정이라는 개념은 타당성보다는 신뢰성과 객관성을 더 강조한다. 학교에서의 평가는 '가치'를 포함하며 신뢰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타당성을 더 강조한다. 교육학자 Bloom(1956)은 학습자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학습하게 되는지를 분류하였다. 지식, 이해, 응용, 분석, 종합, 평가의 여섯 가지 영역이다. 평가를 가장 높은 단계의 상위 개념으로 보았다.

하물며 우리 인생에서 누군가 또한 무엇인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평가는 기본이 탄탄해야 하며, 평가 대상에 대한 지식, 이해, 응용, 분석, 종합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 지식, 이해의 단계만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거나 분석만 하고 대상을 평가한다면 과연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평가에는 분석을 위한 범주화도 필요하며 범주화에서 더 나아가 종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얼마 전 '필패 신드롬'이라는 책(2022)을 감명 깊게 읽었다. 장 스랑수아 만초니, 장 루이 바르수가 쓴 책으로 책 표지에 '유능한 직원도 필패하게 만드는 리더는 누구인가?'로 묘사되고 있는 도서이다. 장 스랑수아 만초니, 장 루이 바르수는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하였다.

필패 신드롬(set up to fail syndrome)이란 원래 유능했던 직원들도 상사에게서 무능력하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의욕이 상실하며 점차 무능한 직원으로 변하게 되는 심리적 증후군을 말한다. 즉, 아무리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잘하지 못한다'라는 의심을 받게 되면 실제로 무능력해져 버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다양한 조직(팀)에서 이러한 신드롬은 작동될 수 있다. 학교 현장이나 교육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물을 대할 때 그 자체만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그와 높은 연관성을 갖는 특정 범주(category)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범주적 사고(categorical thinking)'라고 한다. 범주화는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반면에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정 범주, 범주적 사고로 인해 오류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은연중에 우리는 필패 신드롬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필패 신드롬을 타인에게서 겪기도 하고 스스로 그 신드롬을 타인에게 행하기도 한다. 필패 신드롬이 만연한 조직(팀)에서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된다. 조직(팀)원들 스스로 무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고 업무 간섭이 자주 일어나며 업무에 대한 조직(팀)원의 의욕이나 동기가 저하된다. 또한 조직이나 팀의 퍼포먼스는 떨어지고 리더가 조직(팀)원이 무능하다는 평가를 신뢰하게 되어 업무 간섭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악순환을 반복되게 된다. 바르지 못한 평가, 즉 나의 '확신이 가끔은 덫이 되기도 한다'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필패 신드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신뢰, 자신의 성장(변화)을 리더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다른 팀원들에게 도움 청하기, 그리고 '모든 문제는 리더에게만 있나?'라는 의식을 전제로 리더의 판단이 정확하고 객관적일 수 있다는 자기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불끈 쥔 주먹과는 악수할 수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 인생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 필패 신드롬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자신에 대한 비판적 성찰, 동료에게 도움 청하기를 통해 행복하고 바른생활의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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