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가볼만한 농산촌마을 - 단양 한드미마을

'농촌다운 농촌' 정겨움 물씬

2009.06.11 20:53:38

소백산 자락의 작은 한드미마을은 옛 모습과 인정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녹색농촌체험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소백산 준령의 중간쯤인 충북 단양군 가곡면에는 신라 마의 태자가 속세의 영예를 버리고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소백산 높은 봉우리에 올라 경주를 바라보면서 망국의 눈물을 흘렸다는 국망봉(1420m) 이 있고, 그 아래 '한드미'마을이 있다.

이 마을 중심에는 남한강의 발원지인 하일천이 흐르는 한드미계곡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마을 입구 안내판은 "솔솔 소백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있습니다. 돌돌 산천어와 벗하는 깨끗한 개울이 있습니다. 총총 밤이면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이 있습니다"라고 마을 소개를 하고 있다.

이 산촌마을은 40여 가구 7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동네이지만 조선 순종 1년(1907년)에 마을 의병 20여명을 구하고 당시 20세 나이에 순국한 마을 청년 장오용 의병를 기리는 제사를 지난 90여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충절의 마을이다.

또 매년 음력 정월 초이틀 저녁에는 주민 중 생기복덕이 일치하는 청결한 공양주 부부, 축관, 심부름꾼을 선정하여 산신제와 장승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정월 대보름 및 단오 날이면 주민들이 마을 회관 앞에 모여 그네뛰기, 윷놀이, 농악 등의 민속놀이를 함께 즐기는 전통의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 곳곳의 돌담길과 야생화가 피어있는 산책길을 걸으며 산촌마을의 여유를 맛볼 수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구불구불 유연한 곡선으로 쌓여진 돌담길과 그 위에 낀 이끼와 담쟁이넝쿨이 잘 가꿔진 조경수와 어울려 정겨운 느낌을 준다.

마을 중심에는 산천어가 살 정도로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이를 가로지르는 나무 구름다리를 건너는 것도 도시인들에게는 쉽게 해 보지 못하는 경험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마을길과 돌담들을 쓰다듬으며 길가에 핀 애기똥풀, 금낭화, 철쭉 등 야생화를 감상하는 사이에 새소리와 물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아직도 굴렁쇠를 굴리며 노는 아이를 지나쳐 아무 집이나 들어서면 마루와 뜨락이 있고, 마당에는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 꽃이 있고, 한 켠에는 밭일하고 돌아온 주인 노부부의 점심상에 올려 질 상추, 파, 쑥갓 등 채소가 자라는 농가 풍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마을이다.

이런 산촌마을이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것은 물론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2005년 장려상, 2006년 우수상, 2007년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탈바꿈해 지금은 대기업 사원들과 대학생 등의 체험 장소는 물론 전국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러 찾는 유명 마을이 되었다.


산자락에 조용히 묻혀 있던 이 마을이 이렇게 녹색농촌체험마을로 거듭나게 된 중심에는 전 이장이자 마을 대표인 정문찬씨(51)가 있다.

정씨는 도시에서 노조운동 등을 하다가 두 번째로 고향 마을에 귀촌한 뒤 '농촌을 가장 농촌답게 만드는 것이 경쟁력 있다'는 신념으로 주민들과 함께 마을 회관을 개조해서 식당으로 만들고, 마을의 옛날 모습을 찾기 위해 벽돌담을 돌담으로 바꾸고, 생태화장실을 만드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여 도시인들이 찾는 산촌마을을 만든 것이다.

이 마을 입구에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잠시 피할 수 있고, 가을에는 쌓인 낙엽을 감상할 수 있는 '어래정(御來亭)'이란 정자가 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이 마을에 들렀을 때 잠시 쉬어간 곳이라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작은 느티나무 한 그루를 기념 식수하였는데 주민들은 '풀벌레 노래와 한 방울 물소리에도 귀를 여는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표석을 세워 지방분권과 농산어촌 살리기에 앞장섰던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신문, 방송, 인터넷에서 무수히 보았던 '국민의 대통령'이란 말을 이 마을 주민들이 이미 몇 년 전에 벌써 돌에 새겨놓은 것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

체험객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는 방갈로와 전통가옥 숙발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체험객들이 하룻밤 자면서 밤하늘에 그야말로 총총히 박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한 별들을 감상하며 캠프파이어까지 할 수 있는 산촌문화관과 몇 개의 방갈로가 갖춰져 있다.

또 나무다리를 지나 산 쪽으로 20여m쯤 가면 고생대 초기에 형성된 석회암 동굴인 한드미동굴이 있다.

과거에는 경북 풍기까지 뚫려있어 양쪽 주민들이 장터를 오고갔다는 전설이 있는 이 동굴은 영화 '빨치산', SBS TV 드라마 '대망', MBC TV 다큐멘터리 '황금박쥐를 찾아서' 등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굴속으로 들어가면 신기한 박쥐들은 물론 훼손되지 않은 천연동굴의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어 찾는 이들에게 소중한 체험 기회가 되고 있다.

마을 앞 계곡에서 뗏목을 타는 것은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백산 주봉인 비로봉과 북쪽의 국망봉, 신선봉에서 발원한 세 줄기 물길이 한 데 모인 이 마을 계곡에는 지금도 공동빨래터가 있어 빨래거리를 들고 나와 함께 수다를 떠는 동네 아낙들의 웃음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계곡 한 쪽에는 텐트를 치고 가족이 물놀이할 수 있는 야영장도 마련돼 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전통가옥들을 복원한 전통체험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지금도 장작불을 지펴서 가마솥에 밥을 지어먹고, 떡만들기, 두부만들기 등의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체험관에는 삼태기, 멍석, 지게 등 전통 농기구들을 전시해 놓아 아이들에게 산 교육장이 되는 것은 물론 전통가옥에서 잠을 자 볼 수 있는 숙박시설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마을의 대표 체험거리로는 단연 삼굿구이다.

삼굿은 본래 삼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 삼을 찌는 구덩이나 솥을 말하는데 여기서 착안한 삼굿구이 역시 돌을 뜨겁게 달군 뒤 물을 부어 그 수증기로 음식물을 익히는 방식이다.

불구덩이 옆에 땅을 파고 향기도 좋고 몸에도 보양이 되라고 여름에는 쑥, 겨울에는 솔잎을 깔고 그 위에 감자, 토종닭, 돼지고기, 계란, 단호박 밥 등 음식물을 얹는다.

음식물에 흙이 들어가지 않게 헝겊을 덮고 다시 쑥을 깔고 나무판 등으로 꼼꼼히 막은 뒤 여기로 뜨거운 돌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보내서 익히는 것이다.

이렇게 훈증 방식으로 익은 음식물은 재료 고유의 맛을 내기 때문에 색다른 입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이때 삼굿구이에서 익은 계란을 동네 어른들이 식히기 위해 옆 계곡물에 던져주는데 아이들은 이것을 건져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사과따기는 물론 감자캐기, 경운기타기, 도토리줍기,동굴탐사, 떡메치기 등 농산촌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이 밖에 이 마을에서는 산촌문화체험으로 고로쇠수액 채취 및 시음, 산나물채취, 소백산철쭉제, 소백산 오르기, 계곡물놀이, 고기잡기, 단풍축제, 개암·다래·으름 따기, 도토리 줍기, 눈꽃축제, 설피만들어 눈길걷기, 눈썰매타기, 땔감하기, 산촌민박, 전통놀이하기, 목공예품 만들기 등이 계절에 따라 이뤄진다.

또 농사체험으로 모내기 및 씨앗뿌리기, 오리농군 일터보내기, 경운기타기, 고추·옥수수·수박 따기, 감자·고구마 캐기, 밤·감 따기, 메뚜기잡기, 콩도리깨질하기, 콩대쌓기, 고구마·감자 구워먹기, 논바닥 썰매타기, 연날리기 등이 있다.

생태체험으로는 개구리소리 듣기 및 생태관찰, 향토어류종 방류하기, 반딧불이체험 및 별 관찰, 삼림욕하기, 농촌생태계 배우기, 동굴탐사, 야생화관찰, 산림생태계 알기, 내 나무 갖기, 조류관찰 등이 인기있다.

이 밖에 전통장 담그기, 진달래화전 부치기, 맷돌옥수수전 만들기, 재래메주 만들기, 감장아찌 만들기, 곶감·감식초 만들기, 화로솥뚜껑 감자부침개 만들기, 율무차 만들기, 찹쌀부꾸미 부치기, 맷돌빈대떡 부치기, 떡메치기, 두부 만들기, 아궁이 오곡밥 해먹기 등의 전통음식체험은 함께 온 부모들까지 신나게 한다.

이 마을에서는 오는 21일부터 6박7일간 일정으로 올해 제1차 농촌유학체험캠프에 참여할 초등학생을 선착순으로 20명 모집하고 있다.

/박종천 기자
찾아가는 길 : 서울 → 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 → 매포 → 성신양회 후문 삼거리(좌회전) → 덕천교(온달관광지 방면) → 이평교 삼거리 → 어의곡리(새밭계곡) → 한드미마을

주소 :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2리 298번지 한드미마을

문의전화: (034) 422-2831, 010-4413-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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