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는 지난 2월 15일 제천시청에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환 충북지사, 류건덕 유족 대표, 김창규 제천시장.
[충북일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피해를 입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위로금 지원의 법적 근거가 담긴 조례안이 충북도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조례안이 표류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참사가 발생한 후 6년을 끌어온 지원 문제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는 11일 김호경(제천2)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북도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이 조례안은 이날 건소위 회의 직후 열린 도의회 420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상임위 통과에 실패해 회부되지 못했다.
조례안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의 유가족에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로금 지급 대상, 규모 등 세부적인 사항은 행정부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10명 이내의 '위로금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건소위 내부에서는 유가족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위로금 지급 타당성을 놓고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려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3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애초 이 조례안은 통과가 유력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원을 약속한데다 도의회가 소송비용 면제 동의안을 원안대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또 발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의원 21명이 참여했고, 건소위 소속 의원 7명 중 6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건소위 심의에 들어가자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충북도와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유족들에게 배상이나 보상이 불가한 상황에서 사법 판결을 부정하고 형태만 위로금으로 바꿔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향후 비슷한 사고가 발생 때마다 조례를 만들어 보상을 논의해야 하는지와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는 다른 사망 사고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결국 조례안이 이번 회기에 처리되지 못하면서 오랜 기간 이어진 유가족 지원 문제는 올해 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의원은 건소위에서 나온 의견을 분석하고 의원들을 설득해 재발의 한다는 계획이지만 논리 개발 등 시간이 필요해 다음 회기에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충북도 조례에 이어 같은 조례를 만들기로 했던 제천시와 시의회의 제정 작업도 일단 중단됐다.
제천 화재참사는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소방합동조사단과 경찰은 소방장비 관리 소홀, 초기 대응 실패로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봤다.
유가족 측은 충북도와 위로금 지급 협의 과정에서 충북 소방의 최종 책임자인 도지사의 책임 인정을 요구했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이어 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충북도가 승소했다. 손해배상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유가족 등은 1억7천700만 원의 소송비용을 물게 됐다.
이후 김영환 지사가 지난 2월 유족 대표 등과 만나 지원 협약을 맺으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지난 6월에는 도의회가 소송비용 면제 동의안 의결하며 소송비도 전액 면제받게 됐다. / 천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