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 구병리 아름마을 입구에 송로주 시음장 안내석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송로주는 동의보감에서 "관절과 신경통에 좋다"고 할 정도로 맛과 효능이 뛰어나다.
송로주는 멥쌀로 찐 고두밥에 누룩, 엿기름은 물론 솔옹이, 솔잎,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복령(茯令)이라는 한약재 등을 섞어 만들어 솔향이 은은하다.
기능보유자 임경순씨가 밑술에 소나무 재료를 넣어 만든 송절주를 소줏고리를 이용한 전통방식으로 증류해 송로주를 만들고 있다.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 송로주는 명절 때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있다.
16년째 송로주 명맥을 잇고 있는 충북도 무형문화재 임경순씨
임경순씨는 서른 여섯 살이던 지난 1993년에 스승인 신형철씨를 만나 송로주를 알게 됐다.
충청북도 무형문화재이기도 했던 신씨는 송로주를 친정 어머니에게서 배웠고, 친정 어머니역시 자신의 친정 어머니(신씨의 외조모)에게서 배웠다.
신씨의 외조모 정금이씨는 집안에 전해오는 옛 문헌을 참고하여 고조리서(古調理書)라는 책을 썼는데, 여기에 "쌀 한 말 하려면 솔옹이를 생률(生栗, 날밤)처럼 쳐 고이 다듬어놓고, 섬누룩 넉 되 넣고 물 서 말 부어 빚었다가 멀겋거든 소주를 여러 물 갈지 말고 장작 때어 고으면 맛이 좋고 백소주를 받아먹어야지 절통도 즉시 낫느니라"라며 송로주에 대한 비법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신씨가 송로주 대량생산 공장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산과 물이 좋고 속리산 정이품송 등으로 소나무 이미지가 좋은 보은군에 들렀다가 임씨를 만난 것이다.
이때부터 인연이 돼 몇 년 동안 임씨는 신씨 밑에서 함께 송로주를 빚으며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중 공장 설립 문제가 난관에 부딪쳐 신씨가 떠나자 임씨는 농사짓던 수천 평의 땅까지 처분하며 홀로 송로주를 연구하고 빚기를 계속했다.
이를 맛본 주위 사람들이 극찬을 하며 정식으로 제조·판매할 것을 강권했으나 주류제조면허를 얻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러던 중 1998년 신씨가 사망하자 정통 계승자였던 임씨가 곧바로 전통주 송로주 기능전수자로 지정됐고, 문화체육부의 추천을 통해 주류제조면허를 지난 2000년에야 받을 수 있었다.
임씨는 또 충청북도로부터 2006년에는 스승의 뒤를 이어 무형문화재로 정식 지정을 받았다.
임씨는 오는 가을에는 자신의 공장 주변에 흙집 체험관을 지어 인근 전문계고등학교 학생들과 찾아오는 내방객들이 직접 송로주 담그기 체험을 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송로주의 대중화를 위해 알코올 도수를 40%로 낮춰 덜 독한 술도 만들 예정이고, 더불어 보은 지역의 대표 특산물인 황토대추를 이용한 대추민속주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전통주의 한계 때문에 아는 사람들이나 찾고 명절 때나 주문전화가 오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임씨는 "우리의 전통주는 저급한 술이 아니다. 적게 팔더라도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과욕을 삼가고 자긍심을 굳히고 있다.
임씨는 자신의 고향인 구병리 아름마을에서 송로주 제조와 함께 손두부, 토종닭, 흑염소, 메밀묵, 도토리묵 등을 파는 '구병산골가든'을 운영하며 찾는 이들에게 송로주를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