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 나서기 겁난다"

살해·암매장 연이어… 해당마을 민심 '흉흉'

2009.05.12 20:09:35

지난 8일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신 모씨의 집. 주인을 잃은 채 집을 지키고 있는 개 한마리가 처연하다.

ⓒ임장규 기자
"조용한 동네에서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어. 더 이상 얘기하지 마. 가뜩이나 동네분위기도 흉흉한데…."

어버이날 말다툼을 벌이던 중 어머니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건이 일어난 충북 청원군 가덕면의 한 마을.

12일 오전 11시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비옷을 입은 1∼2명의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얼굴에는 밝은 빛이 없었다. 참담함만이 느껴졌다.

대낮인데도 밭에서 일을 하는 남성 3∼4명만 보일 뿐 다른 주민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정류장도 텅 비었다. 이따금씩 개 짖는 소리만 들린다.

20대 패륜남성이 어머니를 암매장한 현장을 둘러봤다. 현장보존을 위해 폴리스라인이 있는 이곳에서는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리 동네만큼 조용한 곳이 어딨어. 다른데서 죽이고 여기 와서 파묻는 이유를 모르겠어."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이 거침없이 말했다.

이곳에서 200여m 떨어진 가덕공동묘지 인근은 지난 2일 채권자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 열흘 사이에 살해·암매장 등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마을은 공포에 휩싸였다.

강·절도 등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사건이 아닌데도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불안하기만 하다.

2일 발생한 암매장 사건 이후 마을은 해가 저물면 주민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

남성들은 자녀들의 귀가시간이 가까워지면 마중을 위해 정류장까지 나선다고 한다.

주민 A씨는 "입에 담기도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밤에 이웃들끼리 모여 술자리도 했는데 지금은 다들 문단속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자칫 친어머니를 살해한 패륜아가 살던 곳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한 주민은 "이번 사건으로 마을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게 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성진·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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