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전통혼례 절차 중에는 전안례(奠雁禮)란 것이 있다. 새신랑이 처가에 도착해 신부의 부모에게 기러기를 드리거나 초례상 위에 놓는 절차를 말한다. 옛사람들은 기러기가 가을이면 북녘에서 남으로 오고 봄이면 다시 남녘에서 북으로 돌아가니 신의가 있다고 생각했고 인생 최고의 중대사인 혼인 예물로 삼았다. 이런 까닭에 기러기는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손님이 되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 천수만 간척지내 간월호에서 밤을 보낸 수만 마리의 기러기들이 가을걷이가 한창인 주변 논으로 날아가고 있다.
/ 이종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