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2023.01.19 16:38:31

한송이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필자는 '알쓸신잡', '알쓸범잡'에 이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알쓸인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을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배움과 영감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상 주고 싶은 인간'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회차에서, 김상욱 교수는 '경계를 넘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자칫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될 뻔 했던 그들의 도전이 오히려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통찰과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로 대표되는 탈경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경계를 넘는 도전에 대한 관용(tolerance)', 이것이 바로 빅블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일 것이다.

미래 사회를 논의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개방과 융합, 연결이다. 사실 이들은 너무나도 많이 언급되어서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미래학자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 고유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인간소외를 극복할 중요한 열쇠가 바로 '창의성'이라 말한다. 창의성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인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은 '뭔가 다른', '독특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창의성을 갖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여겨진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전혀 연결점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을 연결해보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세 박자 모델(최인수, 2011)'이 있다. 이 이론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창의적인 한 개인에 의해서 창의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람을 인정해주고 그들의 생각이 널리 전달될 수 있는 사회가 함께 갖추어질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도시의 창의성을 살펴본 '창조계급(Creative Class: R. Florida, 2004)'도 이와 유사하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talent)이 있다고 해서 그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technology)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tolerance)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이론의 공통점은 '관용'이다. '인정'이고 '존중'이며, '배려'이다. 누군가의 독특하고 새로운 생각이 창의적이라 여겨지고, 그것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독특함의 가치를 발견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들과 사회가 필요하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창의성이라는 것이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받아들여주고, 그 도전의 가치를 발견해주는 관용과 배려 속에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만큼 창의적인 생각들을 발견하고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아이유의 Celebrity에는 이러한 가사가 등장한다.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관용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가사이다. 코로나19가 만들었던 물리적 단절이 거의 사라졌다. 단절은 필연적으로 분리와 배제를 가져온다. 2023년 계묘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는 주변을 바라보며 나와 다른 사람과 생각들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보는 목표를 세워보면 어떨까. 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사랑할 때, 우리의 한 해는 훨씬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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