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서원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코로나19 이후 카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세계적 석학들이 하나같이 코로나19가 기존 질서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커피 음료와 공간 서비스를 판매하는 카페도 이 흐름에 예외일 수 없다.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1월 30일이후 거의 반년이 되도록 세계가 코로나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많이 몰려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속에서 카페의 모습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 탓이다. 대다수의 지식인들이 예견한대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일단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 새롭게 펼쳐질 '뉴 노멀(new normal)'이 카페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 분명하다. 골목길 서민카페, 혼자 운영하는 원맨카페들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드린다.
첫째, 손님들이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공간을 연출해야 한다. 테이블과 의자의 숫자를20~30%가량 줄이는 동시에 바리스타가 움직이는 바의 공간을 늘려 잔뜩 쌓여 있는 집기와 도구를 보다 여유 있게 재배치한다. 창문과 문은 언제든 활짝 열어 둘 수 있도록 개선하고, 밖에서 카페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 유리창에 불투명한 필름을 하거나 화분을 즐비하게 늘어놓아 장벽을 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갈수록 보이지 않는 공간, 따라서 예측할 수 없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행위가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계산대에서 언택트가 이루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손님과 말을 하지 않고도 주문을 받고, 또 계산한 뒤 거스름 돈까지 내줄 수 있다면 최상이다. 관련 장비와 도구들은 나와 있다. 이 부분 투자 여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카드나 지폐를 만진 손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카페는 코로나 속에서 급속하게 사라질 것이다. 아울러 작은 카페라도 주문과 음료가 나가는 곳을 되도록 멀리 떨어뜨려 고객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개별포장을 통한 언택트를 준비한다. 바에서 음료를 받아 손님들이 취향에 맞게 시럽을 넣거나 빨대와 냅킨을 가져가는 이른바 '셀프 바'를 없애는 게 좋다. 셀프 바는 인건비를 줄이는 데 요긴하지만 포스트 코로나의 풍경 속에서는 지탄받기 쉬운 대상이다.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빨대와 냅킨은 오염의 주된 통로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카페는 손님이 먹는 것은 오직 자신의 손만이 닿은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개별 포장된 빨대. 설탕, 냅킨이 자원낭비라는 눈총을 이겨내고 일상에 더욱 깊이 파고들 것이다.
넷째, 개인용 컵이나 텀블러를 가져오는 소비자에게 할인 등 보다 많은 혜택을 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1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 퇴출시기가 안타깝게도 늦춰졌다. 일회용품을 마구 사용해 자연이 훼손되면 어떤 재앙이 내려질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코로나19 사태이다. 위생을 위해 개인컵 사용에 대한 욕구가 일고 있는 대목을 적극 파고들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보증금을 내고 사용하는 '마트가방'처럼 카페가 텀블러를 운용하는 것이다. 일정 회수 이상 구매하면 텀블러를 교체하거나 수여하는 섬세한 기획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커피 원두의 출처와 가공날짜를 명확하게 표시한다. 코로나19는 커피 재료의 신선도를 따지는 쪽으로 문화를 더욱 크게 일으킬 것이다. 음료에 그치지 않고 품질이 좋은 커피 콩을 구매해 집에서 직접 추출해 즐기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바야흐로 '커피를 마신다'에서 '커피를 한다'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동네의 작은 카페들에게 품질 좋은 커피 원두를 제공하는 전초기지로서 성장할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 다만 준비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겠다.